[경제프리즘] 선주붕우 후주생의

중국 속어에 ‘재가고부모, 출문고붕우(在家父母,出朋友 ; 집에서는 부모에게 의지하고, 밖에서는 친구에게 의지한다)’, ‘다일개붕우, 다일조로(多一朋友,多一路 ; 친구 하나를 더 얻으면, 하나의 길이 더 생긴다)’고 하여 중국 사회에서 친구의 중요성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가 중국에서 사람을 만나 만찬이라도 하게 되면 선주붕우 후주생의(先做朋友 後做生意 ; 먼저 친구로 사귀고 사업은 나중에 하자)를 건배사로 제창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면 중국인이 생각하는 친구는 어떤 것일까? 멀리서 찾아보면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을 그린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있고, 최근의 대중문화로 보면 우리가 중국에 가서 ‘첨밀밀’ 다음으로 많이 부르는 주화건의 노래 ‘붕우(朋友)’를 예로 들 수 있다.

위 노래 가사 중에 ‘친구야 일생동안 함께 가자(朋友一生一起走)’처럼 중국 친구들은 마음이 통하여 오랜 기간 합작할 수 있는 한국친구를 사귀기 원한다. 그런데 친구로 사귀는 데에는 일정한 조건이 있는데 바로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중국식 관계, 중국식 사고를 바탕으로 존중하며 존중받길 기대한다.

 

우리는 중국인과 무엇을 주고받으면서 친구로 사귀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인정(人情)이다. 친구를 마음으로 사귀는 방법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설중송탄(雪中送炭)’으로 한겨울에 땔감을 보내주는 것처럼 그 어려운 마음을 잘 헤아려 도와주는 것이다.

 

마음을 나눈 친구가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중국인 사장이 형광등을 사기 위해 동네 가게에 갔다. “얼마냐?”고 물으니 16원이라고 했다. 다시 조선족 직원을 시켜 형광등을 사오라고 하였더니 14원에 사왔다. 산동성 출신 종업원을 시켰더니 10원에 사왔다. 마지막으로 토박이 공장직원을 시켰더니 8원에 사왔다. 매사를 친구와 친구가 아닌 사람으로 구별해 대우한다.

 

지난해 7월 한중FTA 시범도시사업으로 웨이하이 시정부에서는 인천 송도 동북아트레이드타워에 1천780㎡의 규모로 웨이하이관(威海館)을 개관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필자도 중국관련 사단법인의 책임자로 웨이하이관에서 개최하는 행사에 대부분 참여했다. 웨이하이관은 이제 성공적으로 인천에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웨이하이시 주한국대표부는 지난 1년여 동안 양국 문화의 차이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를 잘 극복했다.

 

인천시도 올해 11월 1일 한중FTA시범도시사업으로 웨이하이에 인천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앞으로 난관도 많겠지만 중국에 안착해 인천의 교두보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중국 관계자들이 진정으로 친구가 되어 도와주면 좋겠다. 중국인들은 친구로 사귀자고 하면서 해주는 말이 있다.

 

앞으로 우리의 관계는 마땅히 ‘생각은 깊게 하고, 높은 데 서서, 멀리 보자(想得深, 站得高, 看得)’라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중국 친구들이 이런 말을 일상에서 아주 가볍게 하는 것을 보면 중국인들 개개인이 손자병법의 대가라고 하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쉽지만은 않은 상대다.

 

이정학 한중경제문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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