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대사에 50여 명 어르신들이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7일 서둔벌터경로당에서 열린 수원의 실버 인형극단 ‘인생나눔 2기’의 데뷔공연 현장이다.
30분간 무대 뒤에서 인형을 움직이고 노래를 부르며 땀흘린 어르신들의 평균연령은 78세다. 이들은 이날 아버지 승국과 딸 주희의 갈등 이야기를 담은 창작 인형극 <인형의 집>을 선보였다.
극은 어르신들의 가족 이야기를 녹여냈다. 인형의 이름도 자신들의 이름을 따와 그대로 사용했다. 공연 후에는 양말로 만든 인형을 나눠주기도 했다. 인형극에 쓰인 인형과 나눠준 인형도 모두 어르신들이 직접 제작했다.
㈔경기인형극진흥회는 수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실버 인형극단을 2기째 운영 중이다. 2기 극단은 지난 5월부터 인형 제작, 대본 녹음, 공연 연습 등을 전문가들과 함께 해왔다. 지난해 시작한 1기 극단도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사업의 하나인 실버 인형극단은 소외 지역의 어르신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이야기를 통해 세대 간 소통을 이끌어내며 마을공동체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일궈냈다. 이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며 여러 기관을 방문해 공연활동까지 펼쳐 문화예술교육 뿐만 아니라 복지 성격까지 갖추게 됐다.
공연에 참여한 용옥순(88) 할머니는 “인형을 직접 만들며 재밌었고 젊어지는 기분을 느꼈다”며 “첫공연에 사람들이 많이 와 기쁘다”고 말했다. 공연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 이순동(85) 할머니는 “사람들 앞에서 인형을 내세우고 노래를 부르니 재밌기도 하고 쑥스러움도 덜하다”고 덧붙였다.
김강식 ㈔경기인형극진흥회 상임이사는 “어르신들의 참여가 필수 요소인데 다들 적극적으로 즐기고 계신다”며 “얼마 전에 초등학교와 MOU를 맺었다. 향후 어린이, 어르신들의 문화예술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생나눔 2기의 어르신들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유치원, 사회복지시설 등 기관을 찾아 공연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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