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라이다. 들어오는 건 자유지만 나가는 건 맘대로 안 된다.” “질문을 이해할 수준이 안 되나. 당신은 모르잖아.” 검사가 피의자 또는 증인에게 했다는 말이다. 심지어 입회 변호사에 대한 막말도 있다. “대신 처벌받을 거 아니면 조용하라.” 이런 고압적 태도에 피조사자들은 기겁한다. 한 증인은 “검사가 무섭게 해서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올 초 대한변호사협회가 공개한 검사평가 자료 속 사례들이다. ▶이런 막말 못지않은 수사 폐습이 ‘째려보기’다. 조사에 앞서 검사 앞에 피의자가 앉고, 검사는 아무 말없이 피의자 눈을 째려보고, 만 가지 생각에 빠진 피의자가 눈길 둘 곳을 모른다. 수사를 받은 피의자들이 자주 털어놓는 경험담이다. 피의자가 받는 순간 모멸감이 막말 못지않게 크다. 차라리 막말은 인권침해라며 항의라도 할 수 있다. 째려보기는 그럴 수도 없다. ‘검사가 째려봐서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진정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막말 검사’는 많이 줄었지만 ‘째려보기 검사’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수사관 출신의 P씨는 이런 말을 한다. “뇌물 수사는 기싸움이고 말싸움이다. 기싸움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말싸움으로 조서를 완성해가는 작업이다.” 수원지검 특수부와 대검중수부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다. 현역 시절, ‘거물 낚는 낚시꾼’으로 불렸었다. 그런 그가 자주 얘기하는 경험담이다. 사실 그렇다. 피의자의 기를 꺾는 것은 수사의 시작이다. 그 방법으로 막말과 째려보기가 사용돼온 것도 사실이다. ▶검찰에 출석하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째려보기가 논란이다. 째려본 상대는 처가 회사의 횡령 여부를 묻던 여기자였다. 질문을 받은 우 전 수석이 갑자기 여기자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리곤 ‘들어갑시다’라며 청사 안으로 사라졌다. 이 장면이 TV를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지켜보던 국민이 분노했다. ‘저 눈○을 파버리고 싶다’는 댓글에서 분노의 정도가 느껴진다. ▶막말과 째려보기를 불가피한 수사상 기싸움이라고 치자. 범죄를 파헤친다는 명분은 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의 째려보기는 이도 저도 아니다. 잘못을 따져 묻는 여기자를 범죄자 취급했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던 국민에 모멸감을 줬다. 변협의 올 초 자료에는 이런 사례도 있다. ‘검사의 배려에 감동한 피의자가 스스로 죄를 자백했다.’ 이제 검찰에서조차 막말과 째려보기는 없어져야 할 악습으로 취급받는다.
김종구 논설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