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못 믿겠다는 靑, 억지스럽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검찰 대면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20일 “검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며 “직접 조사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의 검찰 수뇌부를 임명한 인사권자다. 유 변호사는 바로 사흘 전까지 그런 검찰 수뇌부 수사에 협조하겠다며 대면 수사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었다. 이랬던 변호인이 갑자기 검찰에 대한 불신과 대면 수사 전면 거부를 밝혔다.

적절치 않다. 첫 번째 이유는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다. 박 대통령은 2차 대국민 사과에서 의혹을 밝히는 모든 과정에 대한 협조를 약속했었다. 이 과정에는 검찰 수사와 특검 조사가 당연히 포함됐다. 검찰 수사는 그중에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과정이다.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스스로의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난주 보여줬던 변호인의 언행이다. 지난주부터 공식 변호인으로 나선 유 변호사는 언론에게 조사 일정에 대한 흐름을 설명했었다. 검찰은 조속한 대면 조사를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준비 미비 등을 이유로 미뤘다. 그러다가 검찰이 사건 발표를 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검찰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떼를 부리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 측의 속 보이는 태도다. 최순실의 구속시한은 20일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유 변호사는 이런저런 핑계로 대통령 조사를 미뤘다.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최순실 공소장에 대통령의 언급이 없게 하려는 작전으로 보였다. ‘공모하여’라는 언급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법이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은 강경했다. 되레 조사에 응해 항변을 하는 것보다 나쁜 결과가 나왔다. 결국 변호인은 스스로 꾀에 스스로가 넘어간 결과가 됐다. 국민은 예상했던 검찰 공소장을 청와대 측이 새삼 반발하는 것도 이런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 아닌가 생각된다.

어떤 경우든 청와대의 반발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이 수긍할 리도 없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는 검찰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혹시 사태가 이른 지경을 청와대와 주변 변호인들만 모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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