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르·K 재단의 실질적 주인은 최순실” / 공소장, 朴 대통령의 퇴로까지 봉쇄하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이 됐다. 피의자 신분으로 정식 입건됐다. 최순실과 안종범의 공소장 범죄 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문구가 적시됐다. ‘공모하여’가 등장한 문서는 검찰 공소장이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옮겨 적은 사설 정보지(일명 찌라시)가 아니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도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거르고 걸러낸 표현이다. 이로써 박 대통령은 퇴임 순간까지 ‘피의자 박근혜’ 신분이 됐다.

공소장 속 피해자는 대기업이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한 53개 기업을 모두 피해자로 봤다. 롯데 그룹(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 비용), 포스코 그룹(펜싱팀 창단), KT(광고 의뢰)도 모두 직권남용 및 강요죄의 피해자로 규정했다. 검찰은 이런 피해 사실 모두에 대해 대통령을 공범이라고 규정했다. 이들 기업이 피해자이고 박 대통령은 가해자라는 법률적 표현이다.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강요 또는 협박이 확인됐음을 말한다.

애초 검찰 주변에는 대기업 수사에 대한 한계가 예상됐다. 대기업들이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진술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공소장에 게재된 혐의에는 이들 대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혐의 사실이 모두 적시됐다. 대기업들이 대통령의 범죄 사실을 상당 부분 진술했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상당히 강도 높았음을 짐작게 한다. “99%는 입증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했다”는 검찰 관계자의 전언도 이를 설명한다.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미르ㆍK 스포츠 재단에 대한 검찰의 성격 규정이다. 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법률적 탈출구였다. 그 스스로도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와 국민 경제를 위한 일”이라고 했었다. 미르ㆍK 스포츠 재단을 국가적 통치행위로 삼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석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의 강요는 국가 역점 사업에 대한 강조로 풀이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는 유일하게 남은 법률적 출구였다.

검찰의 공소장이 이 희망의 끈을 차단했다. 미르ㆍK 스포츠 재단을 사적인 것으로 확정했다. 아예 ‘실질적 주인은 최순실’이라고 못 박았다. ‘안종범은 행동대장’이라는 표현까지 거침없이 공개했다. ‘출연금 성격이 바뀔 가능성은 없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검찰 관계자는 “출연금 자체는 여러 번 검토했다. 명백하게 강압적인 직권남용에 의한 출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측으로서는 핵심 논리를 잃어버린 셈이다.

검찰의 공소장이 무슨 의미인가. 재판에 넘겨졌다는 뜻이다. 재판에 넘겨진 형사사건의 무죄 선고율은 2% 남짓이다. 이제 박 대통령은 그 2%의 확률을 기다려야 하는 ‘피고인 대통령’이다. 이런 대통령에게 나라의 운명을 계속 맡겨야 할 것인가. 공소장 속 ‘공모하여’의 법률적 의미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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