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도로위의 살인자…각종 꼼수로 운전자 안전 ‘위협’

안전벨트 경고음 막는 클립 달고
속도 제한장치도 없애 각종 꼼수
실제 사고로 이어져… 안전 위협

“안전벨트 안 매도 사고만 안 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직장인 S씨(28)는 최근 지인의 차를 얻어 탔다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자동차 안전벨트 꽂이에 벨트 미착용 경고음을 방지하는 클립이 꽂혀 있었던 것. 이에 S씨는 지인에게 안전벨트 착용을 권했지만, 지인이 계속 안전벨트 미착용 상태로 차를 모는 바람에 운행 내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22일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경고음 방지 클립’ 등의 단어를 입력하자 클립 판매 글이 6천여 건 이상 나왔다. 클립들은 자동차 엠블럼 모양, 캐릭터 모양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클립들은 자동차 용품으로 취급되는 탓에 불법 개조 등에 해당하지 않아 단속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은 안전벨트 뿐만이 아니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승합차의 경우 시속 110km, 대형 화물차는 시속 90km로 최고속도를 제한하는 장치인 속도제한장치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무단으로 해체한 운전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해당 장치를 해체해주는 곳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오후 1시께 도내 한 정비 업체에 속도제한장치에 대한 해체를 문의하자, 업체 관계자는 “30~50만 원 사이의 비용을 지불하면 해당 장치를 30분 안에 쉽게 해체할 수 있다”며 “작업은 주로 고속도로나 인적이 드문 주차장 등에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안전장치의 임의 해체 등이 실제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남양주 평내 IC에서 한 운전자가 안전벨트 대신 클립을 장착한 채 승용차를 몰다가 벽에 충돌,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7일에는 부산에서 속도제한장치를 조작, 고속도로를 질주한 대형 차량 운전기사 36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안전장치 규제를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가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벨트 미착용은 단속 대상이지만 경고음 방지 클립을 장착한 것만으로는 단속이 불가능하다”며 “속도제한장치도 육안으로 식별이 힘들어 검문 등의 방법으로는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안전벨트를 정확하게 착용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 의무화 등 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안전 장치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운전자들의 의식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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