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꼴이 우습다.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법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최순실 게이트 한 달만이다. 최 씨의 국정농단 사태는 블랙홀이 되어 대한민국의 국정을 마비시키고 결국,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빨아들였다. ‘박근혜 = 원칙’ 공식은 무너진 지 오래고 국민의 절망감과 분노는 100만 촛불집회로 증명됐다. 전국 곳곳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해외 집회도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버틴다.
성난 민심을 외면하고 정치적 중립 의심이 된다며 검찰 조사까지 거부했다. 특검의 배수진을 치고 자발적 퇴진 대신 탄핵 절차를 밟는다. 왜일까. 하야 선택은 죽음보다 수치스럽고 치욕스럽기 때문이다. 장군의 딸로, 대통령의 영애로,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으로서의 삶은 영예 그 자체였다. 직선제 개헌 이후 첫 과반 득표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여기에 특검ㆍ탄핵정국으로 갈수록 보수층은 재결집함으로써 지지율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 자발적 퇴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그래도 자신을 스스로 내려놔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결단해야 한다. 그 길만이 자신을 믿고 국가운영을 맡긴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축하 무대에 올라 “이번 선거는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려는 열망이 가져온 국민 마음의 승리”, “민생 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숨이 막히고 지친다. 미국 대선 결과로 국제정세는 불안한 가운데 급변하고 북핵 위협도 여전한데 우리만 ‘최순실 게이트’에 갇혀 제자리다.
정치권과 국민은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나가야 할 때다. 우선 박 대통령은 어수선한 정국타개를 위해 국회 추천 총리를 받아들이고 국회도 정치성을 배제, 경제를 살릴 인물을 총리로 추천해야 한다. 동시에 거국중립내각을 통한 개헌도 추진해야 한다. 전제가 있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 약속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탄핵이 꼭 해법은 아니다.
김창학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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