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이와 함께한 광화문 촛불 집회

인천본사 이민우 사회부장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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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이면 서울 광화문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의 집회가 열린다. 집회장엔 노인, 청년, 고등학생, 어린이 등 남녀노소 모두가 찾고 있다. 비폭력 등 평화롭고, 질서 정연하게 열리는 탓인지 부쩍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LED 촛불을 든 어린아이를 목마 태운 아빠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흔할 정도다. 물론 필자도 그중 한 명이다.

 

사람들은 ‘왜 그런 곳에 아이까지 데리고 갔느냐?’고 묻는다. 여기서 ‘왜 그런 곳에’라는 말은 분명 ‘집회 및 시위 현장이라 위험할 텐데…’라는 걱정 섞인 말일 테다. 또는 위험해서라기보다는 정서 및 교육적인 문제일 것이다. 아무리 비폭력 집회 현장이라지만, ‘대통령 하야’라는 부정적인 말이 아이의 정서에 미칠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인 셈이다.

 

하지만 난 아이들도 이 사회적 현상을 눈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는 못할 테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왜 우리가 그곳에 갔는지, 또 무엇을 외쳤는지 잘 모를 것이다. 단지 사람 많은 곳에 간 데다, 흥겨운 노랫소리 등 때문에 마냥 즐거웠을 것이다.

 

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그곳에 모였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집회는 결코 폭력적이지도 않고, 불법도 아니다. 그리고 이젠 정치적인 집회도 아니다. 모든 국민이 한목소리를 내는 자리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같은 집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향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그들의 세대에서도 만약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거리로 나와 한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이 같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반드시 꼭 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만약에 아빠가 뭔가 잘못했다면, 동생과 함께 아빠에게 이처럼 떳떳하게 말해라. 그러면 아빠는 네게 ‘왜 이러느냐’며 화를 내지 않을 거야. 대신 잘못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그리고 그 약속을 꼭 지킬게.”

 

인천본사 이민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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