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란의 대한민국, 이제야 AI 참사가 보이는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에 대한 대처를 지시했다. 황 권한 대행은 12일 “전국단위의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동해 일제 소독을 다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안전처 등 관계부처에 선제적 방역에 나서라고 지시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업계, 농가와 전문가 간 충분한 정보공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러자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농림부, 국민안전처, 행정자치부,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등이 참가하는 범정부 지원반이 꾸려졌다. 전국 가금 관련 시설 차량 등에 대한 일제 소독도 시작됐다. 13일 0시부터 14일 24시까지 48시간 동안 가금류 관련 차량 사람 물품에 대한 이동 중지 명령도 내려졌다. 지자체 현장 방역 지원 확대, 축산물 수급 안정 및 농가지원 등도 시작됐다. 답답하고 안타깝다.

본보가 경기도 지역의 AI 확산을 보도한 것도 보름여째다. 끝내는 사상 최악의 살처분 사태까지 왔다. 13일 0시 현재 살처분됐거나 살처분 예정인 가금류가 전국 1천200만 마리를 넘는다. AI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 2014년의 1천400만 마리에 육박한다. 당시 살처분된 기간은 100여일이다. 이번에는 한 달간 1천200만 마리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피해 확산 속도가 3배 이상 빠르다. 이런 급박한 기간에 정부는 없었다.

돌아보면 AI 발견 초기에도 그랬다. 최초 확인은 10월 28일이다.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대학 연구팀이 발견했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자체 연구 목적으로 충남 천안시 풍세면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 원앙 분변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밝혀냈다. 이후 11월 10일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시료를 발송해 다음날 H5N6형 AI 바이러스가 공식 확인됐다. 민간 발견에서 정부 기관 확인까지 이미 15일이나 허비했다.

정부만 탓할 일도 아니다. AI 대처에 대한 정치권의 목소리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안산 상록을)이 정부의 늑장 대책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 13일이다. 김 의원이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지적했지만, 정치권의 늑장 추궁도 똑같이 비난 받을 일이다. 연일 ‘촛불 민심’을 달궜던 언론도 AI 실상에 대한 보도는 인색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모두 혼란에 빠졌고, 그 사이 AI가 국토를 집어삼킨 꼴이다. 누굴 탓할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발생한 살처분에 들어가야 할 보상액이 350억원이다. 올해 가용 예산은 186억원 뿐이다. 이나마 75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이 돈은 또 어쩔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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