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정당 평균수명 30개월, 우리 정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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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은 영국의 보수당. 1678년 토리당으로 출발, 청교도 혁명으로 취약해진 왕권을 대체하는 세력으로 시작했으니 338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미국 공화당 역시 162년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들 오랜 역사를 지닌 정당들은 많은 위기가 있었음에도 당을 해체하거나 시시때때로 당명을 바꾸지 않고 일관되게 국민 속에서 발전해 왔다는 것.

 

미국 공화당은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을 당하는 등 당이 위기에 처했었지만 그렇다고 당의 간판을 바꾸지 않았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막말 파동으로 당이 분열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자신을 공격했던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하는 등 단합을 과시했다.

 

민주당 역시 남부를 대변하면서 노예해방 문제로 링컨 대통령에 패배했지만 변신을 거듭하며 발전해왔다. 1929년 경제공황 때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민주당의 기반을 키웠고 이후 트루먼, 케네디, 존슨 같은 거물 대통령을 배출하는 정당이 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정당의 수가 굉장히 많으나 수명은 매우 짧다. 1947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소 공동위원회가 제2차 회의를 열었을 때 정당 및 사회단체가 무려 463개나 되었다. 미국도 놀랐고 소련도 놀랐다.

 

그후 제헌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국회의원 후보를 낸 정당은 214개이며 당선자를 낸 정당만 해도 83개에 이른다. 이들 정당들의 평균 수명은 2001년까지만 해도 5년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2.6년, 그러니까 30개월 갓난아기 수준이다. 인간 수명은 100세를 바라볼 만큼 계속 늘어나는데 정당 수명은 3년도 못되도록 자꾸만 줄어드는 것이다.

 

해방과 함께 1945년 한국민주당이 탄생하고 1946년에는 독립총성국민회가, 그리고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이 이끌던 자유당, 1963년의 박정희김종필의 민주공화당 등등이 지금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전통 야당으로 1955년 신익희선생, 조병옥박사가 중심이 되어 창당한 민주당 역시 ‘열린우리’, ‘새정치민주연합’, ‘더민주’ 등 숱하게 간판을 바꿔달며 오늘에 이르렀다. 심지어 ‘민주당’의 상징성에 집착한 ‘더민주당’은 원외 정당으로 의원 1석도 없는 김민석 전의원의 ‘민주당’과 통합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의 정당은 흔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간판이 왔다갔다 하는가 하면, 어제의 적도 없고 오늘의 의리도 없는 이합집산을 거듭하게 된다. 영남과 반영남, 이회창과 반이회창…. 그러더니 요즘은 ‘제3지대’에서 나아가 ‘제4지대’가 출현해 회자되고 있는 등 조만간 핵분열이 일어날 전망이다.

 

새누리당도 친박, 비박이 서로 갈라져 또 하나의 정당이 출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곧 우리나라 정치환경이 인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고 그 인물의 대권전략에 따라 간판이 바뀌어 왔음에 비추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사람은 같이 외국여행만 다녀와도 친목회를 만들고 같은 띠를 가진 사람과도 모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지 않은가. 같은 분모(分母)만 발견하면 무엇이든 만드는 이 습성이 정치에 개입되니 정치 발전은 늘 비관적이다.

 

‘대권’이라는 분모를 찾아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29개 정당이 또 어떻게 핵분열을 할지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볼 뿐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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