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후로는 지난 몇 년간 연구했던 과제들을 몇 편의 논문으로 정리해서 발표하면서 문화원을 개원했고, 지난 12월 초 은유스토리텔링에 관한 이론과 사례를 정리한 <은유와 마음>을 발간했다.
책을 마무리할 즈음에 세웠던 계획들은 한 달이 지난 지금, 늘 그렇듯이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12월에는 한가하게 미뤄둔 글도 쓰고 독서도 하면서 신년설계를 하려고 했건만 그 시간들은 누적된 피로와 감기, 그리고 연속되는 위원회 회의로 채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의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오듯이 연구도 하나의 과제를 마무리하면 거기서 발견된 새로운 과제를 가지고 새로운 연구가 시작된다.
출판과 교육은 지식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내 경우에는 상담과 법회도 중요한 통로가 된다. 내 인식의 확장이 곧바로 내가 만나는 평범한 불자들의 고민 및 현실적인 고통과 연결되어 전환의 계기가 될 때 기쁨은 배가된다.
그런데 개인의 삶에서 보면 반복되는 실수와 잘못이 많다. 늘 하던 패턴대로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거나 같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최근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늘 하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깨닫고 크게 뉘우친 바가 있다.
불교에서는 번뇌를 없애는 것보다 오랜 세월 묵은 습관을 바꾸는 일이 더 어렵다고 한다.
개인만 아니라 한 사회, 나아가 한 문명도 반복되는 습관이 있다. 나쁜 습관은 결국 그 사회, 그 문명이 파멸하는 원인이 된다. 좋은 습관조차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현실에 맞지 않으면 문제가 되고, 그 역시 파멸의 원인이 된다.
하나의 고비를 통하여 문제의 원인에 대한 이해와 그 해결 방식의 터득, 그리고 인식의 확장이 일어나야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 민족에게는 현상의 유지는 고사하고 퇴보와 굴종만 있을 뿐이다. 동시에 반복되는 실수와 문제들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도 필요하다. 원천적인 혁신을 위해 환골탈태하는 노력이 우리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필요한 때이다.
명법 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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