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지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

▲ 내아버지들의자서전_표1(고)

기름때 묻은 아버지의 손은 낯설지 않다. 아버지의 손은 우리나라의 경제사와 산업화를 조망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내 아버지들의 자서전>(한빛비즈 刊)은 지금도 노동자로 살고 있는 아버지들의 삶을 풀어낸다. 시인이자 르포 작가인 저자 오도엽은 자기 일터를 지키고 있는 9명의 아버지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그 물음을 시작으로 펼쳐진 이들의 삶은 그들의 손처럼 절절하고 단단하다.

김학원씨는 빛 한 줌 없는 작업실 안 낡은 작업대에 앉아서 일한다. 그의 수리비에는 50년 장인의 노하우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 기술을 값싸게 여기는 고객들을 볼 때마다 서글프다.

그러나 값을 더 매겨달라고 말할 생각도 없다. 그는 덤덤히 자리를 지킨다. “안 되지. 노력해서 하려고 하는 게 없고 쉽게 돈 벌어 먹으려고. 그냥 한꺼번에 후다닥 해서 돈 벌라 하고. 다 위에 가서 한탕 해가려 하고. 뭐 좋은 자리 가서 후다닥 벌라 하고.”

 

반평생 이발사로 살아온 이남열씨는 37년 만에 자신만의 이발 기술을 터득했다. 남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죽는 길이라고 여긴다. 가위를 갈 줄 알아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다른 이를 무시해서 나온 이야기도, 그렇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주인이 되라는 호통이다. “연장을 제대로 갈아야 기술자가 되는 거야. 가위도 못 가는 놈이 무슨 이발을 해.”

 

이발사와 수리공, 대장장이, 재단사 등 노동자이자 아버지인 그들은 장인 반열에 올랐지만 하나같이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말한다.

 

줄곧 노동 문제를 고민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는 아버지들의 삶과 목소리를 전하는 대필자로 나섰다. 1년 여에 걸친 취재 기간은 근대화를 이룬 아버지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살려냈다. 저자는 그들의 삶을 전하며 노동의 정신과 의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값 1만 6천원

 

손의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