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복병… 철새 생태관광사업 ‘먹구름’

남동유수지·송도·영종·강화 갯벌
철새의 낙원 청사진 차질 불가피

인천시가 추진중인 철새 탐조 등 생태관광 사업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기세에 첫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정부가 AI의 발병원인 중 하나로 철새를 강력히 지목하고 있고, 지역가금류 농가 등이 관련 사업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시에 따르면 환경주권 사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저어새 번식지 관광자원화 사업과 탐조체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람과 철새가 함께 하는 친환경 생태도시를 조성하고, 인천가치 재창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약 14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공섬과 탐조대 등을 설치하고, 3대 철새 탐조 우선권역을 지정해 관광객을 모집하는 등 관광 활성화에 나선다. 또 시민단체 등과 생태주기 모니터링을 실시해 철새 보호에 나서고,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사진전 등 각종 홍보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AI 확산으로 살처분 조류가 2천만 마리를 넘어서는 등 AI가 역대급 재난으로 이어지면서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가 철새 도래지, 야생조류 서식지 등의 방문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다, 지역 가금류 농가들이 AI확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관련 사업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내년 3월부터 남동유수지와 송도·영종·강화의 갯벌을 찾을 저어새와 검은 머리 갈매기 등의 번식·서식환경을 개선하고, 철새들의 관광 자원화를 위해 올 겨울 인공섬 번식지와 탐조대 4기, 차폐림 3천주 등을 조성할 예정이었지만 AI확산과 소유권 문제 등을 이유로 관련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내년 인천을 찾는 철새들의 번식·서식지 개선은 어렵게 됐다.

 

탐조 체험 등 생태프로그램 운영도 당분간 지연될 예정이다. 시는 내년 초 사전조사 등을 거쳐 탐조 계획을 수립하고 관광객을 모집하려 했지만, AI종식이 예상되는 내년 3월까지는 사업을 잠정 연기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AI종식이 예상되는 내년 3월까지는 안전상·정서상 사업진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농가의 우려를 감안해 시민단체를 통해 상시 소통하고,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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