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들이 예산을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에 대한 첫 회계감사를 벌인 결과, 원비를 사적용도로 사용하거나 개인의 자산을 불리는데 쓰는 등 비리와 부정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골프를 치고, 냉장고를 사고, 개인 외제차를 정비하고 심지어 성인용품을 구입하는데 원비를 사용했다.
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20일 도내 사립유치원 60곳을 대상으로 지난 1년여간 벌인 운영실태와 회계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도내 1천100여 개 사립유치원 중 원아가 100명 이상이고, 설립자가 2군데 이상 운영하는 곳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것인데 “감사대상 유치원 중 지적사항이 없었던 곳은 한 곳도 없었다”는 발표가 놀랍다.
감사관이 밝힌 지적사항은 크게 사적 재산증식, 사적 사용, 가장 거래, 가족중심 운영, 교육과정 편법운영 등 5가지 유형이다. 이중 대표적인 문제가 원비를 명확한 지출근거 없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A유치원의 경우 허위서류를 작성, 지출하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장인·장모 등에게 2억764만5천원을 부당 집행했다. B유치원은 원장 아들이 성인용품을 구매한 비용을 유치원비가 담긴 카드로 회계처리해 적발됐다. C유치원 운영자는 162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구매, 감사 당일까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D유치원 운영자는 2014∼2015년에 78건 285만여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자녀가 애견물품이나 의류구매 등에 사용하도록 용인했다.
일부 운영자와 원장들은 월 1천만원이 넘는 고액 급여를 받아 가면서 유치원 명의의 카드를 사치품이나 정치후원금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반면 교사들은 박봉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여있었고, 원아들의 급식재료비는 한 끼에 1천원이 되지 않는 곳도 있을 정도로 급식의 질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사립유치원들의 불법행위가 종종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엔 일산의 사립유치원장이 3년 동안 누리과정 예산 5억2천만원을 횡령해 적발됐고, 9월엔 군포ㆍ안양지역에서 곰팡이 핀 김치와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난 소고기를 급식으로 준 사립유치원 수십 곳이 적발됐다.
현행법상 사립유치원은 학교법인이 아닌 자연인이라도 설립, 운영할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에선 유치원회계에 들어온 돈이 결국 개인 소유가 되므로 원장이나 설립자가 회계를 사적으로 유용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누리과정 예산 등이 개인 사금고처럼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사립유치원이 공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건 아니다. 선량한 사립유치원들을 위해서라도 불법 행위를 저지른 유치원에 대해선 지역과 유치원 이름을 공개하고 엄히 처벌해야 한다. 그들은 어린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