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한 해의 반성(反省)

최원재 정치부차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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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매년 1월 탁상용 달력이 생기면 12월 달력에 연필로 한 해의 목표를 기록한다. 큰 포부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소소한 목표다. 

저물어 가는 올해 12월 달력을 보니 비자금 1천500만 원 모으기와 당화혈색소 7.0 이하가 기록돼 있다. 웃음이 나온다. 한 해를 시작하며 돈과 건강을 목표로 삼았다. 이런 걸 왜 목표로 세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작은 목표도 결국 달성하지 못하고 한 해를 마무리한다. 

진짜 반성은 지금부터다. 얼마 전 SNS에 남긴 후배 기자의 자기반성(反省)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후배의 글은 수원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분양권 현장을 취재하면서 오늘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로 시작된다.

△어머니의 두 손을 꼭 잡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50대 남성 △대구에서 수원까지 먼 길을 왔다는 맞벌이 부부 △어린 딸아이를 품에 안은 채 울먹이는 주부까지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를 에워싼 채 “기자님 억울함 좀 들어주세요”라고 말하던 순간, 내가 글을 조금 더 잘 썼더라면, 내가 조금 더 그들의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는 기자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기자생활을 하면서 오늘 같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나를 주목했던 적이 없었던 같다. 그 광경이 잊혀지지 않는다라고 마무리된다. 이 글이 자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반성의 글을 남긴 후배에게 댓글을 남겼다. “완벽한 기자는 없다.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그걸 안 하면 선배 같이 바보 된다”라고 올렸다. 충고보다는 자기 반성의 의미로 올린 댓글이다. 그런데 이놈이 ‘좋아요’를 안 달아 준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 나쁘다고 손가락질하는 분들만 계시고 자신의 주변을 반성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언론도 있다. 

사태를 방관한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깊이 반성한다. 후배의 말처럼 사람들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기자로 돌아가고 싶다. 2016년 마지막 한 주가 남았다. 각자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길을 생각해보는 남은 한 주가 되길 바란다.

최원재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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