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당, 보수신당, 새누리당 모두 반 총장에게 손을 내밀고 있고 반대로 민주당은 반기문 때리기에 나섰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5일 충청 출신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손잡는 ‘뉴 DJP 연합’ 얘기를 꺼냈다. 이는 1997년 대선 때 호남 기반의 김대중과 충청 기반의 김종필이 힘을 모았던 DJP 연합을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 공식으로 검토해 보자는 얘기다.
박지원 원내대표 “반기문 총장도 우리 정체성을 인정하고 들어오셔서 함께 강한 경선을 하면 좋겠다”라면서 “내가 지금 누구를 지지하고 지지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없다”라면서 반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개혁보수신당을 준비하고 있는 새누리당 비주류도 반기문 총장 영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당내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반 총장과의 경쟁을 환영한다면서도 견제구를 던졌다.
유승민 의원은 “엄청난 개혁이 필요한데 그 개혁의 해법을 갖고 계실까. 그분이 평생 그런 고민을 하셨을까”라면서 “그런 점이 굉장히 궁금하고 우리 신당의 후보로 오신다면 그런 질문을 드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역시 반 총장을 붙잡지 못하면 충청권 의원들 상당수가 이탈할 전망이어서 TK 지역 정당으로 고립될 수 있다. 따라서 반 총장의 귀국과 맞물려 충청도 인사들을 중용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인명진 목사를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했다. 인명진 내정자는 충청남도 당진 출신으로, 대전고를 졸업한 충청 토박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충북도지사와 4선 의원을 했다. 정 원내대표의 부친인 정운갑 전 장관은 지난 제4대 총선에서 자유당 소속으로 충북 진천군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하남을 지역구로 하고 있지만,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청주고를 졸업했다. 또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 충청 출신이다.
그러나 역대 대선에서 충청지역은 단 한 번도 정권을 잡아보지 못했다. 반 총장은 자신의 정치적 색깔에 대해 분명하게 밝힌 바는 없으나, 그간 보수진영 대선 후보로 분류됐다.
각 당이 반 총장 카드를 활용해 문재인 대항마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은 본격적으로 반기문 때리기에 나섰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반 총장은 황당무계한 음해라고 부인하지만 석연치 않다”며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는 해명, 주사는 놨는데 놓은 사람은 없다는 대통령 변명과 닮았다”고 말했다.
기 대변인은 이어 “몸을 불사르기 전에 스스로 성완종 박연차 관련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며 “검찰은 신속히 수사에 착수하라. 명명백백히 진실을 밝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고 비판했다.
내년 1월 중순 귀국과 동시에 대통령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반기문 총장의 행보에 따라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강해인ㆍ구윤모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