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용감한 시민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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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안업체 직원인 박모씨(23)는 지난달 13일 새벽 대구 수성구 범어동 회사에서 야근을 하던 중 ‘사람 살려’라는 다급한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간 박씨의 눈앞에 불에 타고 있는 원룸 주택이 보였다. 박씨는 즉시 119에 신고했지만 그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전 사다리를 이용해 2층 난간에 매달린 남성을 구조했다. 이어 건물로 들어가 각 방마다 문을 두드리며 잠자고 있던 주민들을 깨워 대피시켰다.

 

#2. 지난 6월 19일 새벽 부산 북구 구포동 한 아파트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집에서 잠을 자다 놀란 정모씨(42)는 밖으로 나왔고, 피를 흘리고 있는 20대 여성을 발견했다. 여성은 아파트 입구까지 뒤따라온 남성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성폭행을 당했다. 도주하는 남성을 발견한 정씨는 300m 가량 추격해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3. 지난해 12월, 대학생 엄모씨(24)는 서울 서대문구 귀금속점에 침입한 강도를 목격했다. 강도는 흉기를 든 채 귀금속점 주인을 위협하며 폭행하고 있었다. 엄씨는 현장에 들어가 강도를 제지하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제압했다.

 

우리 주변의 용감한 시민들 얘기다. 경찰청이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경찰청은 올 한해 각종 사건ㆍ사고 현장에서 경찰관 못지않은 활약으로 범인 검거나 위험 예방, 인명 구호 등에 기여한 16명을 ‘2016 경찰청 용감한 시민’으로 처음 선정, 포상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우리사회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용감한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시민들을 지속 발굴해 포상하겠다”고 말했다.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된 사람들 중엔 지난 9월 2일 부산의 곰내터널에서 유치원 통학버스가 전도된 사고가 나자 망치로 유리를 깨고 어린이를 구조한 김모씨(63)도 있다. 올해 5월 19일 화성시의 한 저수지에 여성이 들어가는 것을 목격, 뛰어들어 가슴 부위까지 물속에 잠긴 자살 기도자를 구한 자영업자 이모씨(44)도 있다.

 

높은 곳에 우뚝 서서 무리를 이끄는 장군만이 영웅은 아니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한 시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다.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더 정의롭고 안전하고 따뜻했다. 용감한 시민들에게 감사의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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