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가수 죽음과 노랫말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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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8월4일, 가수 윤심덕이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일본을 출발해 부산으로 오던 배(船)에서다. 함께 투신한 사람은 극작가 김우진이다. 당대 최고 미녀 가수와 최고 엘리트의 동반 자살이 던진 충격이 컸다. 더 극적인 건 노래 ‘사의 찬미’다. 윤심덕이 마지막으로 녹음한 노래다. 이바노비치의 왈츠 ‘다뉴브 강의 잔물결’에 그녀가 직접 노랫말을 붙였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1971년 11월 7일. 가수 배호가 2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1964년 ‘두메산골’로 데뷔한 이래 그는 최고였다.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공원’ ‘비 내리는 명동’ ‘당신’ 등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그의 마지막 노래가 ‘마지막 잎새’다. ‘야윈 두 뺨에 흘러내리는… 흐느끼며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 가사 곳곳에서 애절함이 묻어난다. 특히 후반부 ‘흐느끼며’ 부분에서 표현한 그의 호흡법이 슬프다. ▶가수 인생이 노랫말을 닮는다는 말이 있다. ‘눈감아 드리리’(남인수ㆍ44),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차중락ㆍ26), ‘님’(김정호ㆍ33)이 그렇다. ‘내 사랑 내 곁에’(김현식ㆍ32),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김광석ㆍ32)도 그렇게 얘기된다. 대개의 경우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들이다. 짧은 생애와 슬픈 유작에 대한 팬의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팝 스타 조지 마이클이 53세로 사망했다. 87년 솔로로 독립한 후 총 1억 장의 앨범을 판매했다. 영국 UK 차트에 12곡, 미국 빌보드 차트에 10곡을 1위에 올렸다. ‘Last Christmas’도 그 중 하나다. 그의 사망일은 12월 25일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더 안타까워한다. 윤심덕, 배호에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도 노랫말을 따라 세상을 떴다고 말한다. ▶꼭 옳은 분석은 아니다. 윤심덕의 마지막 앨범에는 24곡이나 있었다. ‘사의 찬미’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배호의 죽음은 오랜 투병에서 왔다. 마지막 3년은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에 의지해 활동했다. 폐결핵을 앓았던 김정호는 모든 노래가 애처롭다. 기타와 바이올린으로 엮어내는 슬픈 노랫말들이다. 조지 마이클의 노랫말도 사실은 ‘마지막(The last)’이 아니라 ‘지나간(Last)’이다. 죽음을 예언한 어떤 단어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가수 생애와 노랫말을 엮어 말한다. 노랫말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아마도 사랑했던 스타를 보내지 않으려 영원한 스토리를 만들려는 심리일 게다. 그렇다면, 그대로 존중해도 좋을 일이다. 구태여 의미를 따지고, 사인(死因)을 분석할 필요는 없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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