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AI가 몰아치면서 새삼 ‘달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급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귀한 식재료가 됐기 때문일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달걀은 곧 ‘계란(鷄卵)’을 말한다. 달걀은 계란의 순화어이자 우리 고유어다.
달걀은 신화 속에서도 존재한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 석탈해, 김수로왕, 주몽 등은 달걀에 얽힌 전설을 갖고 있다. 1973년 경주 천마총 발굴 당시, 부장품 상자 안에 장군형 토기에서 천여 년 된 달걀이 출토됐다. 탄생 설화의 매개체로 신성시되면서 무덤 속에 부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양인이 신성시 여겨온 부활절에도 달걀 먹는 의례가 있다.
달걀은 완전식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영양 덩어리다. 단순비교 측면에서 천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단백질의 양이 쇠고기의 5배가 넘는다. 특히 노른자에는 레시틴이 다량 함유돼 있어 뇌의 활성화를 돕는다. 레시틴은 기억력, 집중력, 학습력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또 현대인의 관심사인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삶은 달걀은 간식용으로도 제격이다. 필자에게는 달걀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 있다. 오래전 초등학교 때 소풍 가던 날, 어머니께서 도시락과 함께 항상 건네 준 것이 환타 한 병과 삶은 달걀이다. 고향이 반도였기에 소풍 가는 장소는 항상 해변가다.
바닷모래사장 그늘진 곳 한켠에서 먹는 달걀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뿐 아니다. 일찍부터 도회지 생활을 했던 탓에 방학 때면 항상 기차편으로 서울과 고향을 오갔다. 고향을 떠날 때마다 어머니께서 손에 쥐어 준 것도 바로 삶은 달걀이다. 그 때문이었던지 시간이 흘러 힘든 군 복무 때에도 달걀 먹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AI가 무섭게 몰아치면서 뜻하지 않게 달걀이 역풍을 맞고 있다. 산란계 상당수가 살처분되면서 달걀 생산이 어려워지고 있다. 시중에서는 4~5천 원 하던 달걀 한 판이 한두 달 사이 1만 원을 넘어설 정도다. 심지어 일부 소형 마트에서는 한 줄(10개)이 9천 원에 팔리고 있다는 소리다. 그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대했던 달걀이 새삼 삶의 곁으로 다가오는 때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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