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청사 달라’던 鄭시장, 믿는 구석 있었다

-부채 왕국 용인시, 빚 털고 확장 예산-

용인시의 새해 예산이 올해보다 1.2% 늘었다. 올 예산은 1조8천495억 원이었는데 새해 예산은 1조8천716억 원이다. 내년 예산은 지방세법 개정 이후 처음 편성되는 예산이다. 불교부 단체로 분류된 대도시마다 예산 비상이 걸렸다. 용인시도 도에서 받아오던 200억 원 정도의 조정교부금이 사라졌다. 그런데 살림은 커졌다. 여기엔 새로 늘어난 순수 가용재원이 있다. 대략 1천억 원 정도의 가용재원이 용인시에 생겼다.

그 출처는 천문학적 부채의 탕감이다. 시는 경전철 소송에서 패한 뒤 수천억원의 빚을 졌다. 2012년 한때 금융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부채가 6천274억 원에 달했다. 그랬던 부채가 이번 연말을 기점으로 제로가 됐다. 지난 3년간 한 해 평균 2천억 원씩을 갚았다. 이제 그 돈은 내년 예산서에 덤으로 얹혀졌다. 우리가 눈여겨보는 용인시 예산서의 ‘+1천억원’의 의미다. ‘망해가던’ 지자체에서 ‘되살아난’ 지자체로의 상징이다.

모처럼 시민을 위한 청사진도 그려졌다. 기초연금, 영유아보육료, 장애인 지원금 등이 넉넉하게 편성됐다.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원금, 셋째 자녀 이상 출산 장려금, 태교도시 프로그램 운영비 등도 여유롭게 마련됐다. 시 관계자는 “연말이면 모든 부채를 상환한다. 이를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게 내년 예산의 핵심 의미”라고 설명했다.

용인시의 흑자 결산서를 보면서 떠오르는 게 있다. 지난 10월의 경기도청사 이전 요구다. 정찬민 시장이 현재의 경찰대 부지에 경기도청 신청사를 유치하고 싶다는 의향을 발표했다.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했다. LH로부터 넘겨받게 될 이 부지를 경기도에 주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수원시 광교 신도시에 건립할 경우 재(再)이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수원시의 특례시 지정 추진을 지목한 것이다.

수원시민, 특히 광교신도시 주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그중에도 가장 컸던 비난은 용인시의 경제적 여건이었다. ‘경전철 빚잔치’에 빠진 용인시가 말하는 리모델링 비용 부담, 부지 무상 공급이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있는 살림이나 잘하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용인시의 주장에는 연말에서야 공개될 근거가 있었다. 바로 부채 제로(0)에서 생긴 배짱이었다.

예산 여건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도청사 이전도 예산만 놓고 따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에 앞서 평가하고 갈 부분이 있다. 부채 탕감의 자신감과 시세(市勢) 재기를 위한 용트림이다. 용인시의 이 자신감과 용트림만큼은 모든 지자체가 배우고 따라야 한다. 대한민국 지자체의 부채가 100조다. 수천억 원의 부채를 진 지자체가 수두룩하다. 그 지자체 시민들에겐 써보지도 않은 빚 수백만원씩이 지워져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