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종소리 없애니 학생 자율성 ‘UP’ 과천외고, 新교육 패러다임 제시

점심시간 교문개방·토론공간 조성

▲ 교장실에서 집무를 보고 있는 이충실 과천외고 교장
▲ 교장실에서 집무를 보고 있는 이충실 과천외고 교장
“오늘날의 교육은 일방적인 지시와 규율에 따라 학생을 수동적으로 키운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런 고민에서 출발해 학생들이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 문화를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충실 과천외국어고등학교 교장(61)은 자율적이고도 개방적인 교육 철학으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없애고 점심시간에 교문을 개방하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 등이 바로 그 예다.

 

타종을 없앤 것은 관행적인 교육현장을 볼 때 쉽지 않은 발상이었다. 이 교장은 “지난 세월호 참사 때 어른들의 지시만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것을 보면서 교육 문화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됐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일과와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에 교문을 개방한 것 역시 학생들을 온종일 학교 울타리에만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는 특히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학생들을 믿고 있다’는 신뢰의 마음까지도 전하고 있어 작은 변화로 아이들이 한 뼘 자라날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이 교장의 교육현장 백미는 건물 층마다 학생들이 토론할 수 있는 ‘G-아고라’라는 이름을 붙인 공간이다. 그는 “교장실 앞의 공간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사비를 털어 탁자와 의자, 컴퓨터를 놓았다”면서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도 나누고 학습에 필요한 것들을 검색하거나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졸업한 선배들도 이 교장의 뜻에 흔쾌히 동참해 다른 층에도 후배들을 위한 ‘G-아고라 공간’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결실로도 이어졌다. 또 과천외고 재단인 영산학원 유희정 이사장이 학생들의 시설편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배려도 한 몫했다.

 

이 교장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교육자의 역할”이라며 “교직에 몸담은 지 40년이 넘었지만 처음 교단에 설 때의 교육 철학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진실되게 학생들을 대하면서 사랑하고, 희생과 봉사정신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 교장의 열정에 편승, 과천외고는 올해 서울 명문대 진학률을 한층 높이는 쾌거를 기록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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