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까다로운 ‘전세임대 지원’… 당첨되면 뭐하나 집이 없는데
전셋값 뛰는데 비현실적인 지원금 집 구하기·집주인 동의도 어려워
“생색내기 사업”… 계약포기 속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소득층과 청년의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전세임대주택 지원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에다 집주인의 동의조차 얻기가 어려워 당첨된다 해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LH경기지역본부와 도내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LH는 올해 사회 취약계층과 저소득 신혼부부 등을 상대로 전세보증금을 최대 8천5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전세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한다. 2만 1천 가구 공급 목표로 이달 중 신청자 모집에 나선다. 전세임대주택은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세입자가 입주할 전세주택을 물색하면 LH가 주택 소유자와 계약을 체결한 뒤 재임대하는 방식의 임대주택 공급사업이다.
저소득층과 청년,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면서 저소득층일수록 우선순위가 부여되며 당첨자는 전세금의 1~3%에 해당하는 이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전셋값 상승으로 지원금액 한도 8천500만 원 이내의 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주택 심사 요건이 까다로워 지원 자체를 꺼리거나 설령 지원 후 당첨이 되더라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된 이유는 수도권에서 8천500만 원 이하 전셋집은 변두리 주택이나 반지하, 옥탑방, 재건축 직전의 노후주택 등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전용면적 60m² 이하,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90% 이하인 주택 등으로 한정하고 가압류가 있거나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면 안 된다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다. 특히 전세 계약 전 LH는 해당 매물의 근저당 등을 살피고 부채 비율 등을 따지는 조사 등을 집주인들이 꺼리면서 동의조차 받기가 어려운 상태다.
여기에다 최소 한 달 정도 걸리는 복잡한 절차 역시 장애로 작용하면서 수요자는 수요자대로 또 집주인은 집주인 대로 부담이 되면서 포기사례가 이어지는 등 사업추진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첨자 10명 중 7명 이상이 계약을 포기하는 등 생색내기 사업으로 전락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중 당첨자 1만 7천455명 중 실제 계약자는 4천923명에 그쳐 28% 계약률을 보였고 앞서 2015년에는 당첨자가 9천352명이었으나, 실제 계약을 맺은 경우는 4천923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가 계약을 포기한 신혼부부 Y씨(32)는 “LH의 전세임대주택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인 것 같다”며 “작년 당첨 후 여러 부동산에 연락을 돌렸지만, 전세임대가 가능한 매물이 있다는 곳이 한 곳뿐이었고 이마저도 워낙 노후화된 집이었다.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P씨(54)는 “중개하는 사람들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현실성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LH는 “공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불편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ㆍ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역시 불편해소를 위해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지원금액 한도 증액 등 현실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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