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이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 양평군 4개 읍면에 내려졌던 이동제한 조치가 4일 해제됐다. 양주, 김포, 광주도 발생 보고가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속단은 이르지만, AI가 수그러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살처분된 가금류가 전국적으로 3천만 마리를 넘었다. 경기도에서도 1천4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엄청난 양의 가축의 사체가 곳곳에 묻혔다. 경기도에 이번에 만들어진 매몰지만 35개소에 달한다.
이제부터 현안은 매몰 안전이다. 그런데 불안하다. 값싼 매몰 재료가 남발되고 있다. 20만 마리를 기준으로 할 때 FRP 저장조 방식은 1억원, 호기성 호열식은 4억원이 소요된다. 안전도는 미생물 투입 방식으로 처리되는 호기성 호열식이 FRP 방식에 비해 훨씬 높다. 하지만, 경기도 매몰지 가운데 65개소는 FRP 방식이다. 안전도가 높은 호기성호열식은 24개소에 불과하다. 아예 비규격품 FRP를 사용한 농가까지 있다.
매몰지 관측정 설치도 미진하다. 매몰지 밖으로 침출수가 유출되는 것을 사전에 모니터링하는 시설로, 사후 관리에 필수적이다. 이런 시설이 매몰 규모 10t 이상 181개소 가운데 76개소에만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토양ㆍ수질 오염의 공포가 상존하는 매립지의 침출수 현황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를 공개한 국회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매립지 관리 행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구제역, AI 때 만들어진 매립지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끝이 없었다. 2009년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가 가축 매립지 9곳을 조사했다. 여기서 지하수 시료 27건 중 17건이 먹는 물 부적합으로 판정됐다. 물론 매립 사체와 직접 관련이 있느냐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매립지 안전 문제는 현실 못지않게 정서적 문제가 중요하다. 매립지 주변에서 생활하는 농민들의 불안 심리를 감안해 대처해야 할 문제다.
지금 축산 농가는 힘들다. 경제적 피해만 하더라도 헤아리기 어렵다. 이런 농가에 스스로 비싼 매립 시설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 행정이 해야 할 일이다. 안전한 매립 재료 사용과 관측정 설치 등을 현장에서 관리 감독해야 한다. 앉아서 할 일이 아니다. 현장을 다녀야 한다. 짧은 기간에 끝날 일도 아니다. 수년 또는 십수 년 이어져야 할 관리다. 경기도 또는 시ㆍ군 단위의 매립지 안전팀 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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