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성 없는 전세임대주택 사업은 탁상행정이다

저소득층과 청년의 주거를 지원하는 전세임대주택 사업이 현실성이 없어 비난만 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새해 들어 전세임대주택 지원자 모집에 나서지만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개선ㆍ보완은 이뤄지지 않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LH는 올해 사회취약계층과 저소득 신혼부부, 청년 등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을 최대 8천5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전세임대주택을 전국적으로 2만1천가구 공급할 계획으로 이달 중 신청자 모집에 나선다. 전세임대주택은 선정된 입주대상자가 살고 싶은 주택을 직접 물색해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LH가 주택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입주대상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으로 지원금액 한도 8천500만원 이내의 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주택 심사 요건이 까다롭고 집주인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수도권에서 8천500만원 이하 전셋집은 변두리 주택이나 반지하, 옥탑방, 재건축 직전의 노후주택 등에 불과하다. 또 전용면적 60m² 이하, 집주인의 부채비율 90% 이하인 주택 등으로 한정하고 가압류가 있거나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다르면 안 된다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도 문제다. 단독ㆍ다가구주택의 경우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 제출의무가 있고 계약을 기관과 직접 해야 하다보니 집주인들이 꺼리는 문제도 여전하다. 일반 전세세입자를 받는 것과 비교할 때 인센티브는커녕 불편만 크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기에 최소 한 달 정도 걸리는 복잡한 절차 역시 장애로 작용해 수요자는 수요자대로,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부담이 돼 포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당첨자 10명 중 7명이 계약을 포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당첨자 1만7천455명 중 계약자는 4천923명에 그쳐 계약률이 28%였다. 2015년에는 당첨자가 9천352명이었으나 계약을 맺은 경우는 4천923명에 불과했다.

그동안 제도 개선에 대한 지적이 반복됐지만 달라진 것 없이 올해도 같은 사업을 반복하고 있다. 현실성이 있든 없든 그저 생색만 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고 보완해 보다 실효성있는 사업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LH의 전세임대주택 사업은 공급 가구수만 내세워 주거복지 서비스를 잘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탁상행정이다. 주택 매입은 재정상 어렵더라도 월세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등 다양한 주거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 전세임대주택 지원사업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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