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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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팝송은 존 레논(John Lenon)이 부른 불후의 명곡 ‘이매진(Imagine)’이다. 담담하고 잔잔하게 전개되는 선율도 좋지만 한 편의 시 같은 노랫말이 더욱 좋다. 늦은 밤 혼자 서재에 앉아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을 듣고 있노라면, 몽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모든 사람들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존 레논이 노래하는 ‘모든 사람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까?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4.83%인 249만406명에 달한다고 한다. 1가구를 5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20가구 중 1가구에 장애인 가족이 있는 셈이다. 존 레논의 노래처럼 장애인들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구축하는 것은 우리의 당면과제가 된 셈이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보다 우리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쉬운 접근 방법은 문화예술이다.

 

나의 뇌리에 가장 인상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장애인 무용수들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팔을 잃은 중국의 여성 무용수 ‘마리’와 한쪽 다리가 없는 남성 무용수 ‘샤오웨이’이다. ‘마리’는 중국 명문 예술학교의 촉망받던 프리마돈나였으나 한 쪽 팔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춤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생전 춤이라는 걸 접해 본 적이 없던 남자 ‘짜이 샤오웨이’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제안하여 듀엣으로 활동하게 되어, 각고의 노력 끝에 2007년 중국 CCTV 무용 경연대회에서 7천여 명의 비장애인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금상을 수상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몇 년 전에 30여 명의 시각장애자 유청소년들로 구성된 ‘한빛브라스앙상블’라는 브라스 밴드의 흥겨운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한 눈에 보기에도 시각장애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장애가 있어보였지만 연주 실력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들은 앞이 보이지 않기에, 더 풍부한 상상력과 더 훌륭한 음감을 가질 수 있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악보는 물론 자신이 다루는 악기조차 볼 수 없기에 일반인이 생각하는 이상의 힘겨운 연습을 하였을 것이라 짐작이 갔다. 그들의 연주는 장애를 극복한 드라마이자 감동 그 자체였다.

 

최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음악을 통해 서로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고, 대중예술 분야로 진출한 ‘조금 다른 밴드’가 있다. 유명가수 이상우가 총감독으로 직접 참여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조금 다른 밴드’는 올 4월 공개오디션을 통해 최홍엽(기타·리더, 만 26세), 김민우(베이스, 만 19세, 자폐성 장애 3급), 함성재(건반, 만 18세, 자폐성 장애 2급), 황산하(건반, 만 17세, 자폐성 장애 2급), 권오현(드럼, 만 25세), 홍서연(보컬·작곡, 만 23세) 등 총 6명의 실력 있는 밴드 멤버들이 구성되어 지난 5개월간 피아노와 기타를 기반으로 록, 팝, 포크 등의 장르를 주로 연주하며 풋풋함과 순수한 매력을 발산하는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구현하는 첫걸음이 아닌가 한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만큼 장애인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더욱 확대해 주고, 그들의 숨겨진 예술적 재능을 발굴하고 개발하고 진흥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장애인들에게 재활과 건강 지킴은 물론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예술적 소질을 개발하고,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 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들으며 ‘한빛브라스앙상블’과 ‘조금 다른 밴드’의 감동적 연주 장면이 오버랩 되는 밤이다.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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