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여전히 팽팽하다.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를 내걸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편일률적인 헤드라인 속에서 ‘이어도’가 클로즈업된다. 그래서 ‘中 군용기, 이어도 방공구역 침범…’ 제하의 기사는 중국과의 제주도 해상 대치점에 금싸라기 같은 우리 영토 이어도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외신은 최근 중국 군용기 10여 대가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4~5시간 침범, 우리 공군 전투기 10여 대가 긴급 발진했고, 우리 공군 전투기가 중국 군용기에 경고통신을 보냈음을 알리고 있다.
수중 암초로 이뤄진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 중국 동부 장쑤성 앞바다로부터 247㎞ 떨어졌다. 한국과 중국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중첩된다. 양국은 지난 1996년부터 해상경계획정을 협상하고 있지만, 경계선은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바다에서의 영역 다툼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지난 2013년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한국도 이어도를 포함, 새로운 KADIZ를 선포했다. 정부는 이어도가 우리 영토에 근접, 실질적으로 점유한다는 전략인 반면, 중국은 관할권이 자국에 있다는 주장이다. 무게 중심은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힘의 논리는 늘 정확하고 유효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G2로 부상한 건 이미 팩트다. 지구촌은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중국 군용기의 이어도 침범을 보면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떠올려진다. 보험회사 직원이 어느 날 일어나니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해 버린 얼개를 중심으로 얼토당토않은 현실을 고발한 1세기 전의 현실이 오늘날과 다르지 않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처음에 가족들의 관심과 보호를 받다 결국 가족들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부조리(不條理)한 현실이다. 무관심해지고 그는 잊혀진다. 이미 ‘유커(游客)’란 중국어가 ‘관광객’이란 모국어를 제치고 당당하게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도 우린 더욱 깨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어도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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