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론스타 사건-엘리엇 사건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기자페이지

2006년 12월, 검찰이 론스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팔아치우고 달아나려 한 ‘먹튀 자본’이었다. 국부(國富) 유출이라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검찰이 나선 것이다. 검사 20명 등 100여 명 규모의 특별팀이 수사를 전담했다. 압수물이 1천 개 박스, 소환된 피조사자가 63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9개월만에 내린 결론은 기대 이하였다.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돼서다. ▶수사 결과는 당시 대검 중앙수사본부 박영수 검사장이 맡았다. 박 검사장의 수사 평가는 ‘국익(國益)’이었다. 사법처리된 인원은 적었지만, 국부 유출의 원인을 밝혔다고 자평했다. 헐값 인수를 위해 국내 인맥이 동원된 부당한 매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언론의 평가도 대체로 박 검사장의 자평을 따랐다. ‘구속영장 기각, 핵심 관계자 조사 실패 등의 허점이 있지만, 국익 보호를 위한 검찰권 행사는 의미 있다’고 보도했다. ▶2017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부회장이 430억원의 뇌물을 주고 기업의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다. 여기에서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등장한다.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강력한 반대 작업을 했다. 자칫 삼성의 경영권이 침해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때 삼성전자-이재용 부회장- 손을 들어준 것이 국민연금이다. 15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편을 들었고 결국 삼성물산 합병 계획은 성공했다. ▶삼성전자와 엘리엇의 대결 당시 모든 언론은 국부 유출을 얘기했다. 엘리엇이 외국인투자자들을 규합해 삼성전자의 경영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라고 평했다. 당시 삼성물산 합병의 구체적 목적은 그룹 총수 승계였다. 직접적으로 국부유출과 연결된 사안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계는 당시 대결의 결과가 향후 삼성전자 경영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이런 여론이 설득력을 얻었고 국민연금 이외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들도 삼성전자 편을 들었다. ▶2006년 검찰 수사는 외국 투기 자본을 잡으려 한 거였다. 2017년 검찰 수사는 외국 투기 자본에 맞섰던 국내 자본을 잡으려 한 것이다. 재계 입장에서 보면 국부 유출 논리를 둘러싼 정반대의 사건이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다른 2개의 사건을 같은 자연인(自然人)이 수사하고 있다. 2006년에는 중수부장이었고, 2017년에는 특별검사인 박영수씨다. 물론 박영수 특검에겐 그때와 똑같은 ‘든든한 빽’이 있다. 눈앞의 여론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