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300만 도시의 행정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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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천시 인구가 마침내(?) 300만을 넘어섰다. 출산율이 늘어난 것은 아니고, 대부분 타지역에서 유입됐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서 1인가구, 노인인구의 이주가 많아졌다는 관련 전문가의 분석은 뒤로하고, 이런 인구 증가현상이 인천이 타 도시보다 환경과 복지 등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진 결과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여간 이와 무관하게 인천은 이에 걸맞은 행정서비스가 요구된다.

최근 인천시는 일부 국과 과를 신설하고 공무원 정원도 증원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행정서비스의 수요도 증가하니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과연 300만 시대의 행정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먼저 행정조직의 신설과 공무원 정원 증가를 위해서는 시의회의 승인을 거쳐 관련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인천시는 이 조례개정이라는 단일안건 처리를 위해 올 1월, 원포인트 임시회를 요청, 일자리경제국 등의 신설과 공무원 증원을 통과시켰다. 2월초로 예상되고 있는 공무원 정기인사를 위해 시급히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의회는 고사하고, 시민과의 소통도 무시됐다.

 

최소한 어떤 분야의 행정서비스가 더 요구되고 있는지 시의회와 시민, 전문가들의 충분한 토론과 이에 기반한 어떤 국·과의 신설이 필요한지 논의하고 수렴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는 생략됐고 게다가 군·구와의 충분한 사전 논의도 없었다. 이것이 300만 시대의 행정절차의 수준인가? 시민과 소통을 강조하던 모습은 다 어디 갔는가?

 

이러한 일방통행 행정의 문제는 승기하수종말처리장 재건설 추진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하수처리장의 노후화로 제 기능을 살리기 위해 시급한 재건설과 시설 현대화가 요구됐기에 추진됐던 약 6개월간의 민관 논의테이블 협의과정을 최근 유정복시장은 저급한 경제논리를 대며 뒤집어버리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관할자치구와 지역주민,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10여 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현재의 위치에 지하로 재건설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 행정부시장 주재로 몇 차례 다시 논의를 하더니, 지난주에는 유정복시장이 직접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결론을 도출한다며 기존에 진행한 투명한 행정절차를 다 엎어버리고 시민과 자치단체와의 6개월에 걸친 시민소통과정을 횡행화시켜 버리고 있다. 이런 행정행태는 시민과의 불신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자기 업무에 책임을 다해야 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위의 눈치만 보는 공무원만 양성할 것이다.

 

인천시는 인구가 300만이 넘었다고 홍보하며 대외적으로 자랑(?)을 하곤 했다. 주요 거리에 내걸린 300만 도시 축하 플래카드가 이를 반영한다. 하지만 인구가 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에 걸맞은 행정시스템이 질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공무원 수가 늘고 승진기회가 많아져 공무원들을 위한 300만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서는 안된다. 인천시민이 원하는 것은 도시인구의 증가로 인한 행정의 양적·인적 증가보다도 좀 수준 높은 질적 행정서비스임을 명심해야 한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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