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자녀를 맡긴 부모를 상대로 원가보다 2~3배 부풀린 가격의 교재를 팔아 약 100억 원을 챙긴 원장과 교재공급 업자 등 일당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범행을 위해 ‘유령회사’까지 차린 이들에게 피해 입은 아이의 수가 1만 명이 넘는다.
의정부지검 형사2부(황은영 부장검사)는 사기 등의 혐의로 J씨(50·여) 등 어린이집·유치원 원장 34명과 A교재회사 대표 Y씨(49)를 불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H씨(50·여) 등 원장 16명에 대해 벌금 200만~2천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Y씨는 지난 2014년 A교재제작업체를 만든 뒤 서울, 용인, 화성, 남양주, 대전 등 1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다니는 대형 사립 어린이집·유치원들만 골라 찾아다니며 원장들에게 한가지 범행을 제안한다.
원장이 A업체 교재를 2~4배 이상 값 비싸게 부모들에게 판매시켜주면, 부풀려진 금액만큼 ‘유령회사’를 통해 리베이트(사례비) 형식으로 원장에게 몰래 돌려주겠다는 내용이다.
Y씨 제안을 받아들인 원장 50명은 친·인척명의로 유령회사를 만들고 원생 1만924명으로부터 2년간 부풀려진 교재비를 통해 102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 1명당 약 94만 원을 뜯겼으며 원장 1명당 약 2억 원 이상 챙긴 셈이다.
원장들은 이렇게 착복한 돈을 가족생활비, 인테리어 공사, 다른 어린이집·유치원 인수비, 지인 사업자금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Y씨는 중간에서 유령회사를 운영해주는 등 범행 전반을 설계하는 대신 교재납품이라는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검찰은 합법적인 거래처럼 위장한 뒤 벌인 범행 전반에 대해 적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해당 내용을 관할 교육청과 지자체들이 일제 점검할 수 있게끔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린이집·유치원이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게끔 구조적 허점이 드러난 만큼 관리감독강화나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어린이집·유치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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