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 첫 기고를 맞아 인천에서 꼭 맛 보아야 할 음식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던 차, 잊고 있었던 민어가 떠올랐다. 민어(民魚). 글자 그대로 백성의 물고기란 뜻을 가졌지만, 지금은 서민들의 생선이라고 하기에는 값이 만만치 않다.
우리 선조들이 즐겨먹었던 민어는 지금까지 사랑을 받아온 물고기인데, 여름철 복달임 음식으로 더 많이 즐긴다.
현재 민어 집산지를 목포일대를 꼽고 있지만, 왜 굳이 인천에서 민어를 맛봐야 하느냐에 대한 답은 인천 섬에 있다. 굴업도와 덕적도는 민어파시로 명성이 높았다.
1920년대 굴업도 인근에서 민어어장이 발견되면서 전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상인까지 몰려들었다고 하니 민어로 한 때 자자했던 듯. 굴업도는 해일 피해 이후 민어어장의 중심지가 덕적도로 옮겨졌고, 이후에는 남쪽인 전라도로 내려가게 됐다.
그러나 신포시장에 있는 화선회집을 비롯한 인근 민어 전문 횟집들이 옛 시절 화려했던 민어파시의 명성을 지켜오고 있다.
목포의 영란식당과 더불어 민어요리 전문점으로 손꼽히는 화선회집으로 향했다. 신포시장 먹자골목을 걷다보면 옆길로 빠지면 먹자골목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나오는데, 건물 1층에 화선회집 간판이 보이고, 주변에는 여러 식당과 문화 공간들이 보인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화선회집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다. 다소 부담되는 가격인데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면 분명 맛집이 맞지.
화선회집 사장님은 원래 이 일대의 횟집들에게 민어를 공급하던 도매상이었다. 약 30년여 전부터 직접 횟집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매일 임자도에서 올라오는 싱싱하고 커다란 민어를 사용하여 손님들에게 신선한 생선을 좋은 가격에 내놓는다.
흔히 맛볼 수 없는 민어이기에 담백하면서 적당히 기름기 있는 민어회와 깊고도 시원한 민어탕은 환상의 콤비라 온 김에 둘 다 맛보기로 했다. 이집의 특징은 민어회를 도톰하게 썰어주는 것. 오돌오돌한 껍질과 쫄깃한 부레, 지느러미 등 다양한 부위들을 손질하여 섭섭지 않게 넣어주는데, 소금 기름장에 찍으면 그 고소함이 배가 된다.
사장님이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찰밥을 한 숟갈 뜬 다음 두툼한 민어회에 와사비를 얹어 간장을 찍어 찰밥 위에 올려 먹고, 뱃살의 경우 찰밥 없이 쌈장이나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으란다.
이집 민어매운탕은 쌀뜨물이 들어가 잡냄새와 비린 맛이 없어서 매운탕만 찾는 손님들도 많다. 내장도 듬뿍 들어가 있어 걸쭉하면서 깊은 민어 맛이 국물에도 잘 베어 나왔다. 역시나 시원하고 얼큰한 맛 덕분에 민어요리의 마무리가 됐다.
여행의 묘미는 보고, 먹고, 즐기는 것이라지 않나? 신포동 일대는 인천만의 맛과 멋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신포문화의 거리는 우리나라 3대 재즈클럽 중 한 곳과 LP카페 및 라이브클럽이 모여 있어 인천의 멋을 느낄 수 있고, 대형마트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신포시장은 인천의 넉넉한 인심과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다.
공사에서 올해도 국비 공모사업에 선정된 개항장 밤마실을 개최한다. 작년 말 출자 받은 하버파크 호텔도 이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으면 한다. 차이나타운처럼 사람들이 개항장과 신포동 일대의 멋과 맛을 꼭 발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황준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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