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부터 국가대표까지 지도한 현역 최고령 지도자
초등학생 고사리손을 잡아 이끄는 것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스타’까지 38년간 ‘빙상 불모지’ 동두천시를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빙상 도시’로 일궈낸 ‘동두천빙상의 대부’ 이인식(60) 동두천시청 감독. 현역 최고령 빙상 지도자인 이 감독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외길 인생을 걸어온 집념의 빙상인이다.
서울에서 초ㆍ중ㆍ고를 나온 뒤 육군 빙상팀에서 선수생활을 한 그는 제법 이름난 선수였지만 한 살 위인 ‘한국빙상의 기린아’ 이영하의 그늘에 가려 태극마크 한번 달아보지 못하고 은퇴했다. 군 제대 후 서울의 유명 사립 초등학교 코치직을 제의 받았으나, 이를 마다하고 1980년 ‘불모지’ 동두천에서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사동초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훗날 알베르빌 동계올림픽(1992년)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송재근을 첫 제자로 키워냈다. 이후 동두천중ㆍ고에 잇따라 팀을 창단해 우수선수 육성에 박차를 가한 그는 백국군, 김보영, 김진수, 신화영, 김형호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배출하며 동두천 빙상의 이름을 전국에 떨쳤다.
1999년부터 2년간 동두천시청 인라인팀을 이끈 이 감독은 2001년 당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스타인 김동성, 최재봉 등 4명의 선수로 팀을 꾸려 국내 최초 실업 빙상팀을 출범시켰다. 팀 창단 초기 승승장구했던 동두천시청은 후발 주자인 서울시청, 춘천시청, 의정부시청 등 후발 주자들에게 경쟁에서 뒤지기 시작했으나, 이 감독은 이에 굴하지 않고 두터운 인맥과 재목을 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해 각종 국내ㆍ외 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환갑인 이 감독은 지도자로서 가장 보람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현재 팀원 5명 가운데 4명이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최고의 경사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 샛별인 차민규(24)와 장거리 기대주 주형준(26), 여자 장거리 에이스 박도영(24), 팀 맏형인 김영호(27)가 태극마크를 달고 다가올 동계아시안게임과 월드컵대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 가운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모태범을 밀어내고 국내 1인자 자리를 꿰찬 차민규는 1일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내년 평창을 기대케 하고 있다.
이 감독은 이같은 상승세의 원동력에 대해 “우리는 경쟁 팀들에 비해 여러모로 열악한 여건이지만 시장님을 비롯한 시 관계자들이 똘똘뭉쳐 대회 때마다 찾아 격려하는 등 분위기는 단연 최고다. 선수들이 가장 오고싶어 하는 팀이다”라며 “평소 인성을 강조하고 개개인의 장ㆍ단점을 면밀히 파악해 함께 호흡하면서 기량을 극대화 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밝혔다.
황선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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