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향평가제’는 인권도 환경처럼, 국가나 지자체가 주요 법령과 정책을 마련할 때 인권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제도다. 정책이나 사업 추진시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 인권침해로 인한 사회갈등 및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장치다.
인권영향평가제는 우리나라에서 서울 성북구가 유일하게 시행 중이다. 성북구는 2013년 노후한 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공공건물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설계부터 시공·준공·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에 인권침해 요소를 없앴다. 흔히 주민센터 1층에 자리한 민원실을 2층으로 옮기는 대신 1층을 카페 등 주민소통 공간으로 꾸몄다. 사회적 약자가 주민센터를 편하게 이용하도록 화장실 동선까지 고려했다.
수원시가 올해부터 행정 전반에 인권영향평가제를 도입키로 했다. 조례와 규칙에만 적용하던 인권영향평가를 정책·사업·공공시설물 등 시의 전반적인 행정에 적용, 시민 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수원 시민의 정부’를 선포한 시의 핵심 추진 과제다.
수원시는 2015년 5월 ‘수원시인권센터’를 개소했다. 그동안 성과도 있었다. 일례로 수원시 4개 구청 세무과에서 발송하는 지방세 체납안내문 겉면에서 ‘체납사실’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안내문 우측 상단에 붉은 글씨로 ‘자동차세 1회 이상 체납차량 현재 번호판 영치 중’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수원시인권센터는 제3자가 볼 경우 체납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구청에 제도개선을 요청했고, 구청은 이를 받아들여 8월부터 안내문에 체납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영통구 쓰레기봉투 실명제 논란 때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주민 이름 대신 아파트 동을 표기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는 동시에 쓰레기 감량 효과까지 얻었다.
수원시는 인권영향평가 도입에 앞서 시인권위원회 산하 인권영향평가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시정연구원에 관련 연구용역도 의뢰했다. 시는 내년부터 인권영향평가 적용 대상을 도로·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수원시의 인권영향평가제가 성공을 거둬 우리나라 국가 제도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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