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포먼에겐 ‘할아버지 복서’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온 지 10년 만에 복귀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지만 그 용도가 남달랐다. 자신의 ‘조지 포먼 청소년 센터’의 운영비를 위해서였다. 그는 진지했고 최선을 다했다. 1994년, 드디어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마이클 무어의 얼굴에 강력한 펀치를 적중시켰다. 예나 지금이나 복싱계는 20대 혈기 왕성한 살인 주먹들의 세계다. 그 속에서 45세 포먼은 챔피언에 올랐다. ▶사실, 그의 복귀 후 경기는 하나같이 감동이었다. 전에 봤던 살기 어린 표정은 없었다. 한없이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의 그것이었다. 충격에 휘청거리는 상대는 공격하지 않았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세계인을 향한 설교였다. 특히 중ㆍ장년과 고통받는 이들에게 주는 희망이 컸다. “패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패배는 인생에서 단 하루 벌어진 일일뿐이다.” “인생이란 링에서 선수로 뛰는 한 고통은 불가피하며 목표를 위해서 이 고통의 벽을 넘어야 한다.” ▶최용수(45)는 한국인 복서다. 현역 시절 그는 신세대 복서라 불렸다. 치렁치렁한 운동복을 입었고, 머리카락은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1995년 아르헨티나로 날아가 ‘우고 파스’를 KO로 눕히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이후 7차례나 방어전에 성공했다. 기울어가던 한국 복싱을 떠받쳤다. 그가 은퇴한 것은 1999년이다. 1998년 일본 ‘미타니 야마토’에게 타이틀을 잃었고 이듬해 링을 떠났다. 그가 43살 되던 2014년 복귀했다. ▶엊그제(5일) 그의 복귀 2차전이 열렸다. 필리핀의 ‘넬슨 티남파이’(24)와의 대결이었다. 21살이나 젊은 상대를 그는 밀어붙였다. 3라운드에서 다운을 빼앗는 등 일방적으로 앞섰다. 심판이 10라운드에 경기를 중단시키고 최용수의 TKO 승을 선언했다. 지난해 4월 일본 선수와 첫 복귀전 이후 2연속 TKO 승이다. 많은 팬들이 ‘45세 할아버지 복서’의 이날 경기를 TV로 지켜봤다. ▶팬들이 그의 입을 쳐다봤다. 그런 팬들에게 그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소감을 전했다. ‘압도적인 경기였다’는 칭찬에 “압도적이었으면 초반에 끝났겠죠”라며 겸손해했다. ‘40대 선수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격려에 “나도 힘듭니다. 1라운드를 뛰든 12라운드를 뛰든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이벤트 하려고 복귀한 게 아닙니다. 2년 안에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겠습니다”고도 했다. 희망에 끝자락에 선 많은 대한민국 중ㆍ장년들. 이들에겐 ‘45세 복서’ 최용수의 존재 자체가 위로일지 모른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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