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인 둔갑한 ‘하이에나들’
통상 아파트 비리란 투명하지 못한 입주자대표회의 관리 운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막고자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직접 감시에 나선다. 이와는 다른 유형의 아파트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십년간 음지에서 관행처럼 눌어붙었던 ‘신규 아파트 입주비리’가 그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관리소장은 물론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해 입주민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들의 배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입주민들은 정작 자신의 돈이 뜯긴 사실조차 모른다.
이에 본보는 4회에 걸쳐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음지의 비리’를 소개하고 분석해 근절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진단에 나선다. 편집자주
입주를 앞둔 수도권 일대 신규 아파트를 골라 다니며 인테리어 공사업체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낸 일당을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중 일부는 조직폭력배로 확인됐다. 이들은 업체가 요구를 거절하면 공사 진행을 방해하는 식의 강제력 동원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경찰 및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015~2016년 동안 입주를 갓 시작한 화성, 평택, 안산 및 서울 일대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임시로 경비업무를 하는 이들이 개별 세대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려는 업체들에 돈을 요구했다.
우선 화성 동탄신도시의 A 아파트 단지(600여 세대) 임시관리사무소는 지난 2015년 초 10여 개 업체에 승강기 사용료와 쓰레기 예치금의 명목으로 각각 공사 한 건당 6만 원과 50만 원가량씩을 요구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3억 원(600세 대×56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이를 거절한 업체에 대해서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진입을 가로막는 한편 승강기 전기공급을 끊어버리는 식의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서울의 B 아파트단지의 경우 10개 미만의 업체들이 쓰레기 예치금 명목으로 300만~500만 원과 개별 공사 건당 매출액의 8%가량의 돈을 냈다. 심지어 돈을 요구한 이는 조직폭력배로 알려졌다. 해당 단지에서 돈을 뜯긴 한 인테리어 업자들은 “B단지에서 20여 가구 공사를 했는데, 임시관리인에게 낸 돈은 2천만 원 가까이 된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를 막는 것을 알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인테리어 업자들은 A와 B단지 이외 화성 동탄의 C·D 단지, 화성 향남 E단지, 평택 F·G단지에서도 선불로 100만~500만 원을 비슷한 수법으로 요구받았고, 안산 H단지, 하남 I단지 등에서도 관리소장으로부터 돈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테리어 업체만 수십 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규 아파트에서 돈을 뜯어낸 일당 중 일부는 지난 2014년 9월 인천지방경찰청이 관련수사를 벌일 때에도 같은 혐의로 붙잡혀 처벌을 받은 이로도 알려졌다. 당시 이를 수사했던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아무런 권리 없는 이들이 중간에서 돈을 요구하고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일당들이 A~I 단지보다 더 많은 곳에서 해당 수법으로 돈을 빼앗아 간 것으로 파악,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알려진 조직폭력배들은 서울, 군산, 목포 등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이들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관련자 중 조직폭력배가 있는 것은 맞다”며 “현재 수사가 마무리 단계여서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권혁준ㆍ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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