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과 우선지급금 환수 문제로 고통을 겪는 농민들이 변동직불금조차 온전히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올해 직불금 규모가 세계무역기구(WTO)의 허용보조규모를 초과했기 때문인데, 농민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올해 지급돼야 할 쌀 변동직불금 소요액은 1조5천167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WTO가 정한 허용보조규모인 1조4천900억 원에서 267억 원이 초과된 금액이다. 초과분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할 경우 WTO로부터 제소를 당할 수 있어 농가에 지급해야 할 변동직불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조사한 산지 쌀값은 80kg 기준으로 전년 동기(15만659원)보다 13.9% 떨어진 12만9천710원으로 집계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한 쌀 목표가격인 18만8천 원보다 5만8천290원 낮은 금액이다.
직불제를 통해 보전이 약속된 금액은 차액의 85%가량에 해당하는 4만8천951원인데, 이 중 고정직불금 1만5천873원을 제외한 변동직불금은 3만3천78원이다. 이렇게 전국 농가에 지급돼야 할 변동직불금 총액 1조5천167억 원 가운데 267억 원이 부족한 셈이다. WTO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변동직불금 가운데 580원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쌀 우선지급금 환수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정부와 농민간의 대립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쌀 우선지급금 4만5천 원 가운데 860원을 환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변동직불금까지 온전히 수령하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WTO 규정이 문제라면 그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관계자는 “환수금 문제에 대응하기도 바쁜 상황인데 당연히 받아야 할 직불금조차 다 줄 수 없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쌀값 하락으로 인해 고통받는 농민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WTO 규정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고정직불금 확대 등 다각도에서 제도를 개선하면 해결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WTO가 정한 허용보조규모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는 지급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라며 “이달 중으로 지급단가를 고시하고 내달 초에 지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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