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대책과 여신심사 강화 여파가 경기도 청약시장을 덮쳤다. 청약미달 단지가 속출하면서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도내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된 ‘동탄2신도시 A99·100블록 아이파크’ 두 단지가 모두 청약 미달됐다. 두 단지 각각 467가구 모집에 212건, 509가구 모집에 253건만 접수되면서 청약률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99블록에 들어서는 96㎡A타입의 경우, 196가구 모집에 26가구만 접수하는 등 약 86%가 미달 됐다.
동탄신도시는 지난해 주요 청약 열풍이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 1순위 요건은 강화되고 전매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여신심사 강화로 잔금대출 등 요건도 까다로워지자, 투자수요가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청약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동탄신도시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에서 ‘청약시장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지역 동북부 부동산 열풍의 진원지로 꼽히던 남양주에서도 청약미달이 발생했을 정도다. 남양주 호평동에 공급하는 ‘평내호평역 오네뜨 센트럴’은 이달 3일 견본주택 개관 후 사흘 동안 총 1만 5천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막상 1순위 청약에서는 610가구 모집에 291가구가 접수하는데 그쳤다. 광주 오포읍에 분양한 ‘서희스타힐스’도 261가구 모집에 39가구만이 접수해 청약률이 14%대에 불과했다.
이보다 더 침체된 지역에서는 ‘깜깜이 분양’ 정황까지 포착됐다. 깜깜이 분양이란 청약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에서 청약결과가 향후 분양에 부정적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 사업자가 애초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고 조용히 분양하는 방식을 말한다. ‘화성향남2 사랑으로 부영 17단지’의 경우 1순위 청약에서 897가구 모집에 28가구 접수에 그쳤다. 2순위에서도 대량 미달사태가 빚어지면서 ‘화성향남2 사랑으로 부영 17단지’는 깜깜이 분양으로 의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청약시장에 투자수요가 줄어 들자 화성향남처럼 브랜드파워가 약한 사업지를 중심으로 깜깜이 분양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도내 청약시장이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리서치업체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전체적으로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고 정부 규제도 청약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며 “사업자는 청약률이 잘 안 나올 것으로 우려되는 단지에서는 깜깜이 분양을 하는가 하면, 분양자도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대출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만큼 쉽사리 계약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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