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대선 주자들, 탄핵 이후 요행은 없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탄핵이 인용되면…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함께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협치와 연정’을 주장해온 자신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세가 주춤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 시장 측도 ‘탄핵 이후 국민 시선이 정책에 모아지면 성남시에서 이룬 경험과 성과가 국민 시야에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은 ‘탄핵과 함께 개헌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심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 지지세에서 미미한 성적을 기록 중인 군소 후보들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원유철 의원은 “탄핵 이후 대한민국이 너무나 걱정된다”며 “여야 정치권은 ‘빅테이블’에서 대타협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탄핵이 결정되면 정권교체가 확실해질 것이고, 국민은 어떤 정권으로의 교체냐에 관심을 둘 것”이라며 지지율 약진을 자신했다. 최성 고양 시장도 탄핵 이후 호남 지역 민심을 바탕으로 하는 대역전을 말하고 있다. 하나같이 탄핵 이후의 ‘한 방’을 말하는 듯하다.

탄핵이 가결될 경우 정치권의 대변혁이 올 것이라는 판단에는 동의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이 헌법 기관에 의해 인정되는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을 포함한 보수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권 주자 절대 강세라는 현재의 대선판이 더욱 일방적으로 기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의 하야와 함께 보수의 반격 또는 동정적 응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과는 판이한 정국이 펼쳐질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지세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경기도 출신 주자들이다. 탄핵이라는 극적 전환점에 기대하려는 전략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탄핵 이후 정국의 중심이 될 역량과 소재를 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남 지사의 ‘연정 기대’는 안희정 지사의 지지세에 기생하는 바 크다. 이 시장의 ‘정책 기대’도 아직 이렇다 할 대중적 흡입력을 보여준 바 없다. 손 전 지사의 ‘개헌 기대’ 역시 이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정치권 전체의 목소리로 일반화됐다. 하나같이 대약진을 기대할 소재가 안 보인다.

주체적 자세가 필요하다. ‘누구와 함께’가 아닌 ‘나 혼자’라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재 도내 출신 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그가 최순실 정국에서 급부상한 과정이 그랬다. SNS를 통한 고독한 투쟁이 국민적 성원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전 대표에도 할 말 하던 당당함이 지지율 15%를 만들어냈다. 나머지 경기도 출신 주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모습이다. 탄핵 이후를 기다리며 요행을 바라고 있으면 안 된다. 자칫 지금의 존재감마저 사라져 버릴 수도 있음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