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화장장 선동하던 정치, 軍공항에선 빠져라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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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 화장장 문제 파국 주동
軍공항에 또 개입하면 안 돼
行政이 역지사지하게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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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태호 수원2부시장이 말했다. “(화성시와) 역지사지의 자세로 협의하겠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게 역지사지(易地思之)다. 화성시와 수원시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겠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게 좀 막연하다. 행정이란 게 본디 복잡하다. 온갖 행위가 뒤엉켜 있다. 이걸 다 지목한 건 아닐 것이다. 군공항 이전후보지 발표 날 한 말이다. 아마도 공항 이전 문제를 역지사지하겠다는 뜻인 듯하다. 그런데 왠지 늦은 감이 있다.

‘화장장 사태’부터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공항 이전과 운명처럼 뒤섞인 일이다. 공항은 수원에 있는데, 화장장은 화성에 있다. 공항 이전 피해자는 화성시민인데, 화장장 건립 피해자는 수원시민이다.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건 화성시민인데,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건 수원시민이다. 수원시민의 화장장 공청회가 강제로 생략됐는데, 화성시민의 공항 이전 공청회도 강제로 생략됐다.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두 현안이다.

먼저 출발한 일이 화장장이었다. 거기에 역지사지가 없었다. 사업이 알려지자 서수원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민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거리마다 붉은색 현수막이 내걸렸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주민들이 화성시 청사로 몰려갔다. 다이옥신 피해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도 나왔지만, 막무가내였다. 오로지 ‘2㎞ 밖에서 죽음의 다이옥신이 날아온다’는 구호만 반복됐다.

그 선두에 정치가 있었다. 불안을 분노로 확대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시위의 포문을 열었다. “장사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건강과 환경피해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관계부처를 찾아다니며 ‘구세주 코스프레’를 했다. 다른 당 원외 당협 위원장도 가세했다. 둘이 시위대 앞에서 맞붙는 민망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19대 총선 수원을(권선구) 토론회는 차라리 화장장 규탄 대회였다. 후보 3명 모두 화장장 무효를 외쳤다.

수원시의 최초 입장은 ‘화장장 건립 찬성’에 가까웠다. 그렇게 볼 여러 정황이 있었다. 수원시장이 한 정치인에게 이런 전화를 했다. ‘큰 정치를 해야 한다. 주민 선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무원들 사이엔 이런 우려도 나왔다. ‘화성 화장장을 문제 삼으면 수원 연화장도 불거진다.’ 공보(公報) 책임자는 이런 제안서를 만지작거렸다. ‘차라리 수원시가 화장장 찬성을 전격 발표하자’. 역지사지의 본(本)을 보여줄 흐름이었다.

그랬던 흐름이 갑자기 화장장 결사반대로 옮겨갔다. 정확히 말하면 떠밀려 갔다. 정치가 들쑤셔 놓은 분노의 쓰나미가 그렇게 만들었다. 수원시장이 투쟁의 선봉에 서야 했고, 부시장은 투쟁위의 행동대장이 돼야 했다. 상처받은 화성시민이 분노하기 시작했고, 근조(謹弔) 사진까지 내걸린 화성시장은 수원시에 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원과 화성은 가장 먼 이웃이 돼갔다. 200년 전 하나였던 읍(邑)에 이런 적이 없다.

얄밉게도 정치는 쏙 빠졌다. 누구는 당선돼서 빠졌고, 누구는 떨어져서 빠졌고, 누구는 지역구를 옮겨가서 빠졌다. 스스로 총선(總選)용 불쏘시개였음을 확인시킨 셈이다. 대신 지역엔 그 정치가 흘려놓은 찌꺼기만 남았다. 근거 없는 불안-서수원권-과 상처받은 적개심-화성-이다. 그렇다고 화장장 문제가 달라지지도 않았다. 이런 걸 뭐라 해야 하나. 죽 쑤어서 개 줬더니, 그릇 비운 개는 사라졌고, 죽 쑨 이들만 남은 것인가.

그리고, 군공항 이전이다. 정치가 또 꿈틀댄다. ‘환영한다’ ‘반대한다’며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 또 표(票)가 된다고 보는 모양이다. 안 된다. ‘돕겠다’-수원 정치- 해도 안 되고, ‘싸우겠다’-화성 정치- 해도 안 된다. 어차피 자기들만의 ‘아전인수’ 셈법으로 대책 없이 들쑤셔 댈 정치 아닌가. 그 속에는 어떤 역지사지도 없다. 그냥 행정에 맡겨두는 게 옳다. 투쟁해도 화성시장이 해야 옳고, 흥정해도 수원시장이 해야 옳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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