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도입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해 내수를 늘리자는 취지의 제도다. 그 주의 다른 요일에 30분씩 추가 근무를 해 전체 근무시간은 유지하도록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일본경제단체연합회와 함께 내놓은 정책으로 우리의 불금과 비슷한 ‘꽃금요일’을 노린 것이다. 여행사, 음식점, 백화점, 마트 등은 소비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4일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처음 시행됐다. 조기 퇴근한 직장인들은 한 목소리로 “건배!”를 외쳤지만, 그렇지 못한 쪽에선 “먼 세상 이야기”라며 냉소적 반응이었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도 환영과 냉담함이 동시에 나왔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금요일 조기 퇴근하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는 2시간 단축근무를 통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장시간의 경직된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취지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을 만든다는 것이다. 중산층은 지갑을 더 열게 하고, 서민층은 소비 여력을 더 키워 소비 절벽을 막겠다는 정부의 ‘내수 활성화 방안’의 일환이다.
하지만 도입 여부를 놓고 인터넷이 뜨겁다. 내수시장을 살리고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는 긍정적이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직장인을 돈 쓰는 기계로 보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고, ‘쓸 돈 자체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무엇보다 ‘칼퇴근’이 불가능한 기업들에선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가 업종별 상황은 고민하지 않고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 현실적으로 소수 대기업 사무직이나 공무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로 교대제로 일하는 제조업 생산직이나 서비스 업종에선 도입이 어렵다. 금요일 조기 퇴근이 소비 증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일본은 백화점 등과 함께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하는 등 동반 대책에 공을 들였지만 우리는 준비없이 일본 흉내만 냈다. 현재 대책만으로는 지갑이 얇은 직장인들의 TV 시청률만 올라가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20∼40대 직장인 2천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68%가 “퇴근 후 지쳐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대답이 있었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평상시 ‘칼퇴근’만이라도 보장받기를 원한다. 유급 휴일ㆍ연차 사용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장과 민심을 세심하게 반영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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