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설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꽃은 바퀴다>(실천문학사 刊)를 펴냈다.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시인은 앞서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을 냈다.
시인은 이번 작품집에 대해 시인의 말을 빌어 “당연했던 게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시가 피어올랐다. 현실은 늘 상상력을 앞질렀고 어둠과 적막 사이에서 온몸이 시었다. 걷고 또 걸었다. 한라, 태백의 등줄기, 백두, 요동벌, 만주, 열하, 숱한 발걸음을 모아 팔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묶는다”고 밝혔다.
총 4부로 구성해 담은 60여 편의 작품에서는 시인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의미가 담긴 어느 하루 혹은 이국에서 마주한 풍경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차 타고 졸라 헤맸더니/졸라 짜증 나/그리고 졸라 너도 맘에 안 들어”라는 말을 버스 안에서 들은 시인은 “어머니를 졸라 시장에서 샀던 신발의 행적”을 떠올리다가 “파리의 길을 걸어가는 에밀 졸라”의 사상과 용기를 끄집어낸다. 박 시인은 일상에서 감각적으로 단어를 ‘낚시질’한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시인 특유의 시작의 일상화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이같은 박 시인의 감각은 날카롭고 진중하다. 때론 언제나 불안하고 자위하는 현대인의 심상(心狀)과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오랫 동동안 시어를 쌓아 나가며 단단하게 벼린 삶에 대한 태도가 독자로 하여금 함께 수행하고 성장하는 느낌을 안긴다.
“모래성을 쌓자/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한 방의 파도로 모든 게 허물어져도”라는 연으로 시작해 “놀이니까/죽을 때까지 하는 놀이니까”로 끝나는 작품 <모래성>이 그렇다. 시인의 삶에 대한 의지, 나아가 집념이 읽힌다. 이와 관련 우대식 시인은 해설을 통해 “어떠한 허무와 적막마저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설명했다.
나희덕 시인은 또 “빛과 어둠의 미묘한 음영을 읽어내는 데 그녀는 남다른 감각을 지녔다”면서 “묵은 바람에 담금질한 시들을 읽으며, 나 역시 그 머나먼 유적들에 함께 앉아 있었던 것만 같다”고 평했다. 값 8천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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