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대학 신입생 환영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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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강원도 고성의 한 콘도에서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한 인천의 한 대학교 신입생이 엘리베이터 기계실에 들어갔다가 손가락 3개가 절단된 사고가 있었다. 과도한 음주가 부른 참사였다. 26일에는 포스텍 모 학과 재학생이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해 펜션에서 자고있던 여학생 1명을 성추행하고 다른 1명을 성폭행한 일도 있었다. 이달 초에는 서울대 음대에서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하는 새내기들을 상대로 이른바 ‘토복’을 맞출 것을 강요해 논란이 됐다. 토복이란 술을 마시고 토할 때 토사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걸치는 바람막이 재질의 옷이다.

 

새학기를 맞아 대학가에서 진행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환영회)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고 후배 신입생들에게 신체적ㆍ언어적 가혹 행위를 하는 악ㆍ폐습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서다. 경찰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나타나는 음주 강요와 성추행 등을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갑(甲)질’로 보고 전담수사팀까지 꾸렸지만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는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지붕 붕괴로 10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다친 참사 이후 대학생 집단연수 매뉴얼을 만들어 입학 전 신입생 행사를 학생회가 아닌 대학이 주관해 실시하고, 대규모 행사는 학내에서 열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22일 금오공대 신입생 44명을 태우고 원주 OT 장소로 가던 버스가 도로 아래로 굴러 운전기사가 숨지고 학생 44명이 다쳤다. 놀라운 사실은 이 학교 총학생회가 2박 3일 행사기간 중 마실 술로 소주 7천800병과 맥주 960여 병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소주만 해도 행사 참여 신입생 및 재학생 1천700여 명이 1인당 4.5병씩 마실 분량이다. 술에 익숙지 않은 신입생들에겐 거의 치사량이다.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가 선배ㆍ동기들과 친분을 쌓고 학교생활의 정보를 나눈다는 당초 행사 취지와 달리 흥청망청 과도한 술자리로 변질됐다. 그러다 보니 막걸리 세례에 오물 먹이기, 얼차려, 성추행 등 온갖 추태가 벌어지고 있다. 도가 한참 지나쳐 범죄 양상을 띤다. 오죽하면 경찰이 과도한 음주 강요에는 ‘강요죄(형법 제324조)’를, 음주 사망사고에는 ‘과실치사(형법 제267조)’를, 성추행에는 ‘강제추행(형법 제298조)’ 등 형법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을까. 술판으로 전락해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신입생 환영회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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