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의 정책·철학을 검증해야 할 TV방송토론회가 공약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학예회식 발표토론회’에 그치면서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토론회의 형식과 질문 대부분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 반면 상호 토론 시간은 제한돼 있어 사실상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이 50여 일 남은 상황에서 후보 검증 기간이 턱없이 부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대선 TV토론은 대부분 기조연설, 공통질문, 상호토론 등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후보들의 발언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후보자 간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는 상호토론은 1분30초에서 3분가량에 그쳐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발언시간이 짧다 보니 답변이 곤란할 경우 상대후보의 질문과 관계없는 대답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유로운 토론으로 혹독한 정책과 자질 검증이 이뤄지는 미국 대선 TV토론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책과 공약, 순발력 등 국정운영 능력을 검증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할 토론회가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망신주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미 대선주자 간 토론회가 시작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후발주자들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시간 제약과 준비된 원고가 없는 무제한 토론을 요구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박수현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세 번의 토론이 끝났지만 여전히 변별력 없는 ‘맹탕 토론회’라 지적되고 있다”며 “짧은 시간 여러 후보의 토론이 이어지며 쟁점은 흐려지고 선명성을 위한 인신공격성 발언과 추상적 공방만 남았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각 후보의 비전, 정책, 리더십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며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 김병욱 의원(성남 분당을)도 “송곳 같은 질의와 철저한 검증이 수반되는 질 높은 토론회야말로 정권교체의 필요조건”이라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유권자가 궁금한 것을 묻고 대선 후보들이 대답해야 하는데 지금의 TV토론회는 정치권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게 해주는 장이 되고 있다. 토론회를 빙자해 후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토론 형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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