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재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3김’ 가운데 그만 못했다. 이런저런 분석이 많다. 그중에 ‘안경설’도 있다.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경을 쓰지 않았다. 적어도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그랬다. 젊은 시절,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색 선글라스였다. 이후에도 검은 뿔테가 들어간 금테 안경을 썼다. 언론이 그린 그의 캐리커처에도 안경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김종필은 안경 때문에 대통령 안됐다’는 설이 그래서 나왔다. ▶이회창 전 총재도 안경을 썼다. 그 역시 대권 문턱에서 아깝게 주저앉았다. 97년 15대 대선에서의 표 차이는 1.6%p였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도 2.3%p 차이로 석패했다. 매번 아들의 병역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선거 뒤 의혹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의혹을 주장했던 김대업은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이 허위 폭로에 번번이 무너졌다. 대선 역사상 가장 운(運) 없는 후보라 여겨진다. 그를 이긴 두 후보-김대중ㆍ노무현-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87년 직선제 이후 여섯 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당선자는 노태우(13대)ㆍ김영삼(14대)ㆍ김대중(15대)ㆍ노무현(16대)ㆍ이명박(17대)ㆍ박근혜(18대) 후보다. 모두 안경을 쓰지 않았다. 그 이전 이승만(1~3대)ㆍ박정희(5~9대) 당선자도 안경을 쓰지 않았다. 윤보선(4대)ㆍ최규하(10대) 대통령이 안경을 썼지만, 이들은 간접 투표 대통령이다. ‘직선제 대통령 선거=안경 쓴 후보 패배’. 우린 헌정사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징크스다. ▶나름의 ‘안경학’을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사람 간 교류의 가장 큰 항목은 눈빛 교환이다. 눈을 보고 얘기할 때 신뢰가 쌓인다. 안경은 이 소통에 막을 친다. 진실한 마음의 교류를 가로막는 셈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선거에서는 특히 그렇다. 안경 쓴 후보가 불리하다는 통계는 비단 우리만의 예가 아니다. 200년 민주주의 미국에서도 통한다. 몇몇을 제외한 미국 대통령 대부분이 안경을 쓰지 않았다. ▶경기일보가 대선 여론조사를 했다. 문재인-안희정-안철수-이재명-홍준표 순이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큰 상위 5위다. 이 가운데 4명-문ㆍ안ㆍ이ㆍ홍-이 안경을 썼다. 특히 문재인 후보의 독주는 확고하다. 호남 지역에서 60%를 득표하며 사실상 대세를 굳혔다.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을 견줄 정당은 없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대선의 안경 징크스는 이번이 끝일까. 19대 대선을 보는 작은 재미가 될 듯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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