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층계급 현실 파헤친 ‘차브’로 주목받는 컬럼니스트 오언존스
英 최상류층 부패한 실상 파헤쳐 기득권층에 대항할 방법도 제시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영국 최상류층의 은밀한 관계와 부패한 실상을 파헤친 <기득권층>(북인더갭 刊)이다. 옵저버, 가디언, 뉴스테이츠먼 등 현지 언론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는 등 화제를 일으켰다.
금수저와 흙수저 등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가 사회의 계급을 결정하는 시대상을 표현한 신조어 ‘수저계급론’이 익숙한 시대다.
금, 은, 동, 흙까지 수저의 재료를 따질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기득권층’이다. 최순실 사태에 탄핵정국까지 혼란스러운 지금, 대중매체에 등장한 정치인들이 흔하게 내뱉는 말에서도 기득권이라는 단어가 흔하다.
기득권은 무엇인가. ‘기득권층’을 펴낸 오언 존스는 “권력을 가진 소수집단으로 다수에 맞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려는 자들”, 다시 말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소수 권력집단”으로 정의한다.
저자는 영국 사례를 토대로 기업가와 정치인, 언론 등의 후원 속에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기득권층이 구조화되는 과정을 고발, 비판한다.
이 기득권층의 뿌리에는 지난 30년 동안 ‘우익 이론가’, 이른바 ‘선동자들(The Outriders)’들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70년대 초만 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소수 이론가였다. 그러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방임주의자들은 전후 ‘부자감세’ ‘규제철폐’ ‘민영화’ 등을 외치며 세력을 확장했다.
오언 존스는 이어 작은 정부, 적은 세금을 외치는 기득권층이 실제로는 엄청난 국가 부조(扶助)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등 모순된 상황을 끄집어낸다. 또 정치인은 기득권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대신 후원금을 챙기고, 정치적 동기를 가진 소수의 소유주가 지배하는 언론이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한다.
이처럼 기업과의 거래로 사익을 챙기는 영국 정치인의 모습은 탄핵 정국의 민낯과 오버랩되면서 씁쓸함을 안긴다.
고발과 비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부패한 현 기득권층에 대항할 방법을 제시한다. 기득권의 실체에 대해 무지할수록 기득권층에겐 이득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존재를 정확히 아는 것이 첫 단계다. 나아가 그들이 그러했듯이 민주단체와 노동조합, 반체제경제학자 등 새로운 선동자를 만들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민주세력이 새로운 씨앗을 키워갈 때”라며 “권력은 요구 없이 그 무엇도 내주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에 놓인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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