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잘보이는 車만 골라잡아
농도 짙은 선팅 단속 어려움
국토부는 사실상 불법 방치
‘경찰 교통단속을 피하려면 불법 선팅(Sunting:빛가림)을 하라?’ 29일 오전 11시께 의정부시의 한 대로변에서 교통경찰 2명이 매의 눈으로 운행 중인 차량 여러 대를 붙잡았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적발된 것이다. 운전자들은 경찰 단속에 할 말이 없는지 머쓱한 듯 한숨을 내쉬며 유유히 지나치는 다른 차만 쳐다봤다.
그런데 단속에는 특이한 공통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경찰 단속에 걸린 차량은 하나같이 유리창이 모두 투명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 옆을 지나치는 차량은 짙다 못해 새까맣게 ‘불법 선팅’을 한 차량인데도 경찰은 이를 지켜만 봤다. 선팅이란 유리면에 불투명 필름을 붙이는 것인데, 현장에선 불법 선팅을 하지 않은 선량한 운전자만 경찰 단속의 대상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교통경찰은 “사실 지나가는 차량 대다수가 불법 선팅 대상이다. 하지만 승강이를 벌여가며 단속하기란 벅차다. 실적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선에선 밖에서 안이 잘 보이는 차만 골라 단속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불법 선팅한 차량은 경찰 단속망에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상 가시광선 투과율 기준 앞유리 70%·옆유리 40% 미만일 경우 불법으로 본다. 이를 규정한 배경에는 농도가 짙은 선팅이 운전자의 시야를 어지럽혀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북부지역 경찰서 12곳당 평균 2대의 측정기가 보급돼 있지만 선팅 단속 통계조차 없다. 지난해 이곳에서 부과한 범칙금은 39만 3천382건·131억 3천376만 원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앞서 소개한 안전벨트 미착용, 휴대전화 사용 등과 같은 것들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무관심이 크다는 지적이다. 차량 관리는 전적으로 국토교통부인데 정기검사 등을 통해 불법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데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탓이다.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차량에 대해 제각각 관리하는 경찰과 국토교통부, 교통안전공단 등 유관 기관이 합심, 사회에 만연한 불법 선팅을 놓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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