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 엄마가 통영에 다녀온 적 있었다. 여행담을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 도중 느닷없이 화장실이 화두가 됐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듯했다.
“음악과 향기, 그리고 쾌적함이 하나의 문화공간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도 웃으면서…
맞는 말인 듯하다. 필자는 지난주 2년 만에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화성휴게소(하행)를 찾았다.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선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2년 전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목재문으로 단장된 화장실은 고풍스러운 멋에다 쾌적함을 더했다.
수원의 자랑이란 화성행궁을 본 떠 화장실을 리모델링 한 듯했다. 이 때문인지 그저 그런 화장실이기보다는 뭔가 특별한 문화공간으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이뿐 아니었다. 용인휴게소(영동고속도로), 이천휴게소 상ㆍ하행선(중부고속도로) 등 수도권 내 20여 고속도로 휴게소가 마찬 가지였다. 지난해 전면적 리모델링으로 화장실을 휴게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 놓고 있었다.
화장실은 옛날 뒷간, 측간(厠間)으로 불리웠다. 방언으로 칙간(호남), ‘정랑’(영남)으로도 명명됐다. 점잖은 한자말로는 정방(淨房), 절에서는 근심을 더는 곳이라 해서 해우소(解憂所)로 칭했다. ‘잿간’, 회간(灰間), 신간(燼間) 등도 같은 말이다.
뒷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뒤를 보는 집’, 그리고 ‘뒷마당에 자리한 집’이란 뜻이다. ‘사람 똥’을 점잖게 에둘러 표현한 말이 ‘뒤’로 유교적 의미로 은밀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다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다소 무서움과 혐오스러운 의미까지 내포돼 있다. 이런 의미의 뒷간은 1459년 ‘월인석보’에서 처음 등장한다.
뒷간은 일제강점기, 변소에서 서양문물 유입과 함께 지금은 화장실로 개명되면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하지만 변신의 역사 속에 수원출신 심재덕 전 시장을 배제할 수 없다. 심 전 시장은 화장실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정착했던 장본인이다. 세계화에도 앞장선 화장실 문화 선구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역사를 지닌 뒷간, 시간이 지나 바야흐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꽃 피우고 있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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