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펭귄 프로젝트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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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프로젝트’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담아낸 그래픽 북이다. 양성 평등 사회로 알려진 프랑스에서 논란이 될 만큼 성폭력이 발생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책으로 공공장소 성추행, 직장 성희롱, 데이트 폭력 등 다양한 성폭력 상황을 50여 개의 에피소드로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남성을 모두 악어로 그렸다는 점이다. 

세상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그 여성을 대상화하는 포식자인 남성, 즉 ‘악어’들이 있다고 말한다. 작품 속 여성들은 때로 은근하고 때로는 노골적인 악어들의 언행에 격렬하게 저항하기도 하지만 충격을 받거나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대학생들이 대학 내부의 성폭력ㆍ성차별 문화를 바꾸기 위해 대학연합 ‘평등한 대학생을 위한 펭귄프로젝트’(일명 펭귄 프로젝트)를 구성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 혐오 문화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만든 단체다. 실제 지난해 많은 대학에서 페미니즘 학회와 소모임, 동아리가 새로 생겼다.

 

펭귄 프로젝트는 ‘악어 프로젝트’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대학 내 성차별적 문화를 뜻하는 ‘악어’에 반(反) 성폭력 활동을 벌이는 학생(펭귄)이 맞선다는 의미를 담았다. 혹독한 겨울을 나려고 체온을 나누는 펭귄의 ‘허들링’은 여성 혐오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의 연대를 의미한다.

 

펭귄 프로젝트는 지난달 30일 서울 신촌 일대에서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수도권 12개 대학 20여 개 단체와 연대해 반(反) 성폭력 문화제인 ‘평등한 대학을 위한 3·30 펭귄들의 반란’을 개최했다. 문화제에선 불평등한 대학 문화와 성폭력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평등’이라는 가치에 입각해 대학 공동체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등한 대학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내용의 선언문도 발표했다.

 

이들은 행사 이후 성폭력 문화 개선 캠페인을 대학 내에서 사회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사회 전반, 특히 20대 젊은이들이 모인 대학 캠퍼스에서 성희롱ㆍ성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대학생들이 나서서 대학 내부의 성폭력·성차별 문화를 바꾸기 위해 연합운동을 펼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대학 캠퍼스를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성평등한 사회로 바꾸려는 학생들의 운동에 응원을 보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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