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지사들의 초라한 패배
도민 외면한 外治 전략의 결과
충실한 內治가 경기 대통령 ‘답’
“○부장은 잘 있습니까”(대통령). “지금은 상무님입니다”(국장). “벌써 상무가 됐나요”(대통령). “네”(국장).
‘부산 국장’에게 그날 오찬은 더없이 뿌듯했을 것이다. 고향 출신 대통령에게 받는 특별한 대우였다. 그날 오찬만 그랬던 건 아니다. 그 전 대통령 때도, 그 후 대통령 때도 계속 그랬다. 대통령 고향 출신들만이 받을 수 있는 부러운 배려였다. 주변인이 된 경기도 국장들은 항상 구경만 했다. 그렇다고 건배 제의의 기회가 온 것도 아니다. 그건 야도(野道)에 돌아갈 배려였다.
밥 한 끼니 먹는 데도 이랬다. 하물며 권력에 다가가야 하는 도민에겐 오죽하겠나. 사업을 키우려 해도 권력이 필요한 나라다. 입신양명의 꿈에도 권력이 필요한 나라다. 경기도민은 그 권력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정부 수립 이후 70년간 그랬다. 경기도민이 중립이라는 건 웃기는 소리다. 턱도 없는 지배(支配) 논리다. 경기도민도 권력이 그립다. 경기도 대통령을 기다린다.
한 때-90년대-, 그 꿈이 이뤄지는가 싶었다. 1천만표로 무장한 민선(民選) 지사가 출현하면서다. 잠룡(潛龍) 속에 들어간 경기지사를 보면서 뿌듯해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5년이 지났지만 된 게 없다. 이인제 지사는 대권 투기꾼이 됐다. 손학규 지사는 대선 풍운아가 됐다. 김문수 지사는 극우(極右)로 건 승부수에 스스로 무너졌다. 남경필 지사도 초라하게 물러섰다.
각자 받은 성적표가 한없이 부끄럽다. 경기일보가 했던 여론조사다. 문재인(부산) 36.2%, 안희정(충청) 18.4%, 안철수(부산) 12.1%. 경기지사들은 1% 전후(손학규 1.6%, 남경필 0.8%)에서 맴돌았다. 인구의 25%를 대표하는 주자들이다. 그런 대표선수들이 받아낸 지지율이다. 손 지사는 대선판만 11년을 뛰었다. 남 지사는 도정 공백을 무릅쓰고 뛰었다. 그런데 결과가 ‘1%’다.
경기도민도 권력이 필요하다. 경기도 대통령을 기다린다. 그 열망을 엮어내지 못한 것이다. 돌아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다. 도를 넘는 외치(外治)가 치명적 패착이었다. 경기지사만 되면 지방으로 뛰었다. 상생이라며 경기도 먹거리를 퍼주었다. 드넓은 경기도를 버려두고 전라도ㆍ강원도로 칩거 다녔다. 그런 모습에 경기도민이 노(怒)했다. ‘경기지사도 아니다’라며 돌아섰다.
이런 분노와 배신감이 만들어 낸 빼도 박도 못할 결과표다.
흔히들 경기도민을 모래알이라고 한다. 그만큼 구성요소가 복잡하다. 서울시민은 이보다 더하다. 그런데도 서울시민은 대통령을 만들었다. 그 중심에 이명박 시장과 수도이전 반대 투쟁이 있다. 시장은 지방을 적(敵) 삼아 서울시민의 이익을 지켰다. 시민은 그런 서울시장에게 일방적 지지를 선물했다. 이게 대통령 된 서울시장에겐 있고, 대통령 못 된 경기지사에겐 없는 과거다.
행사장에서 만난 수원시장이 말했다. “다음 경기지사부터는 대통령 안 하겠다는 각서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만의 얘기가 아니다. 소주 한잔이라도 걸칠라치면 곳곳에서 들려온다. ‘도지사 3명 합한 지지율이 3%도 안 되는 게 창피하다’ ‘25년간 헛발질했으면 이제 그만해야 한다’ ‘대통령 병에 걸리지 않은 도지사가 나와야 한다’…. 다 옮겨 적으면 더 민망하지 않겠나.
졸견(卒見)으로 끝내자. 경기도는 정체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열망과 기대는 크다.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하다. 억지로라도 정체성을 엮어 낼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 제도적 상징이 지방자치고, 현실적 상징이 경기도지사다. 25년은 실패했다. 그래도 경기도지사직(職)은 경기도의 희망이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도전해야 한다. 실패한 과거를 버리고 성공할 미래로 바꿔가야 한다.
도민을 위한 충실한 내치(內治)가 그 유일하면서도 확실한 답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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