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24명 숨져
분리대 설치 민원 요청에도 수정구 “미관 해친다” 거부
오가는 차량이 잠시 줄어든 틈을 타 20대 커플이 도로를 아찔하게 건너는 모습이 보였다. 50m 옆에 횡단보도가 있었지만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단횡단을 했다.
5분 후 60대 남성이 같은 장소에서 급하게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갔다. 지나가던 시내버스가 경적을 울렸지만 길을 건넌 남성은 골목길로 유유히 사라졌다. 이처럼 무단횡단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수정로는 최근 5년간 12명의 사망사고를 낸 ‘무단횡단 다발지역’이다.
인근 산성대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왕복 8차선인 이 도로 한가운데 화단이 설치돼 있지만, 높이가 낮은 데다 수목 사이의 간격이 넓어 무단횡단이 자주 이뤄졌다. 이곳도 5년 동안 12건에 해당하는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일에도 A씨(72ㆍ여)가 무단횡단을 하다 승용차에 치여 사망했다. 시민 B씨는 “2개 도로 모두 저녁 시간이 되면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사망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데도 중앙분리대 등 시설적 조치가 없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성남시가 무단횡단 사망사고 다발지역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해달라는 시민들의 요청에 도시 미관을 헤친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 빈축을 사고 있다.
성남수정경찰서와 수정구청 등에 따르면 수정로(태평역~산성역 3㎞ 구간)와 산성대로(모란역~남한산성입구역 4㎞ 구간)에서 지난 5년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사고는 총 2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70건)의 34%에 달하는 수치로,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지면서 성남수정경찰서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수정구청에 해당 도로에 대해 중앙분리대 설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수정구청은 도로 여건상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관 상에도 좋지 않은데다가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려면 좌우폭 50㎝가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 2곳 모두 차선 간격이 좁아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 수정구청 관계자는 “검정색 중앙분리대가 미관상 좋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특히 차선을 더 좁혀서 무리하게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면 오히려 차량 운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정구청은 지난해 9월 성남초등학교 앞 도로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간 역시 중앙분리대 설치 기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시범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특히 중앙분리대 설치 이후 이 구간에서는 무단횡단 교통사고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정로 일부 구간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한 이후 사고가 줄어드는 등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면서 “수정로와 산성대로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무단횡단이 일어나는 만큼 중앙분리대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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