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개화하는 목련은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 특히 우리 주위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백목련은 하얗고 풍성한 꽃잎을 뽐내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시샘한 봄비를 맞고 힘없이 땅에 떨어진 목련은 이내 누렇게 변해 그 아름다움을 잃어버린다. 바나나 껍질처럼 추적추적하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꽃을 사랑하는 동호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사한 만큼 ‘뒤끝 나쁜 꽃’이 바로 목련이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백목련의 꽃말도 비교적 좋지만은 않다.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는 꽃말은 봄에만 잠깐 사랑받는 백목련의 가련한 운명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목련의 꽃말이 조금 다르다. 미국 제7대 대통령이자 20달러 지폐 초상화 모델인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백악관에 목련 한 그루를 심었다. ‘잭슨목련’으로 불리는 이 꽃은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는 꽃말과 동시에 ‘위로’와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단원고에 잭슨목련을 전달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사고를 당한 학생과 교사들을 애도하고, 그들의 부활을 기원하는 뜻이다.
▶미국 목련의 상징이 잭슨 대통령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고(故) 육영수 여사다. 육 여사는 백목련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서거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목련하면 육 여사를 떠올리는 데에는 생전 육 여사의 자애로운 ‘어머니’같은 모습이 여전히 여러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록파’로 유명한 박목월 시인이 1975년 육 여사 서거를 추모하며 작사한 노래 ‘가신 님을’을 봐도 그렇다. ‘온 겨레 가슴에 피었던 목련꽃/홀연히 바람에 지고 말았네/우아한 그모습 잔잔한 미소/지금도 들리는 다정한 그 음성/우리는 그님을 잊지 못하리라’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도 ‘어머니의 꽃’이 활짝 피었다. 기약 없는 길을 걷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집을 나서기 전 이 목련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다. 꽃말 그대로 이루지 못할 사랑이 될지, 아니면 잭슨목련처럼 부활의 의미를 담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 세상살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백목련은 그렇게 또 한 차례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고 쓸쓸히 지고 있다.
이용성 사회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